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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73] 대한민국의 '겨울잠'

鶴山 徐 仁 2018. 1. 17. 21:24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73] 대한민국의 '겨울잠'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 2018.01.17 03:11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 말이다. 몇 시간, 며칠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생각나지 않는 글. 그런데 모든 걸 포기하고 산책 한 번 나가면 신기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막혔던 글이 술술 잘 풀리기 시작하니 말이다. 왜 '무언가'의 답은 가끔 전혀 다른 것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걸까?

뇌(腦)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생존하기 위해 문제를 풀어야 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문제를 풀어야 할까? 내가 예측할 수 있는 세상과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현실 간의 차이가 없다면 더 이상의 노력은 무의미하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큰 차이가 없다면 뇌는 더 이상 놀라움도, 경이로움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새롭지 않은 세상은 더 이상 새로운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래 사용하지 않은 컴퓨터가 '하이버네이션(겨울잠·최대 절전 모드)'에 들어가듯 반복된 삶과 인생은 우리를 '지적(知的) 절전 모드'에 빠지게 한다.

어떻게 하면 깊은 '겨울잠'에 빠진 뇌를 다시 깨울 수 있을까? 전원 스위치도, 리셋 버튼도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믿고 있던 것들만으로는 더 이상 현실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혼란에 빠져야 한다. 세상이 예측 불가능해지는 순간 뇌는 다시 현실 설명과 미래 예측이라는 '본업'에 충실해진다. 반복된 일상생활에서의 탈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의 대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산책….

하이 버네이션에 들어간 뇌를 다시 리셋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완전히 변한 세상에 더 이상 적응도, 업데이트도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미래보다 더 이상 바꿀 수 없기에 더 서글픈 과거에만 집착하는 대한민국. 우리는 어쩌면 이미 오래전 국가적 '겨울잠'에 빠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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