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의 對北전략…이번엔 변할 것인가?
김정은 정권의 중단 없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그동안 한·미·일 3국과 국제사회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갖지 못한 채 경제 제재를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며 점진적으로 그 실행 강도를 높여왔다.
UN 안보리 결의 2375호는 가장 최근의 다자안보 성과로서 대북 원유 수출의 30%와 섬유 등 북한의 주요 수출을 차단하여 북한의 연평균 외화 도입 13억 달러―섬유 수출 중단으로만 8억 달러―의 손실을 입힐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이 지금까지의 UN 결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가운데, 이에 편승해 상당한 기업들(대부분 중국 기업)이 북한과 밀무역 등 거래를 계속했고 외화와 군수물자를 북한에 유입시켜왔다. 사실상 제재가 의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미국은 일찍부터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추진해왔다. 2016년 미 의회는 미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계하는 누구에게나 제재를 부과하도록 하는 최초의 ‘제3자 제재(secondary boycott)’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초강력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하여, 재무부로 하여금 북한과 거래하는 어떠한 외국기업이나 개인도 미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재무장관 므누신(Steve Mnuchin)은 “외국의 금융기관은 이제 미국과 거래할 것인지, 북한과 거래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의 이번 조치가 제재 효과의 강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면서도, 특히 중국의 은행들을 겨냥한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점유한다. 2017년 2월 UN보고서는 ①중국이 북한 밀무역의 주(主)거래국이며 ②중국의 기업들이 북한 은행으로 하여금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연결되도록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중국의 대북 전략 핵심은 핵개발에 반대하고 이에 벌을 준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면서도, 북한 체제 붕괴를 반대하며 특히 북한이 중국에 적대적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하려는 속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미국의 안보에 대한 기장 심각한 위협의 하나로 간주하고, 이를 임기 내 해결한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군사적 옵션이 갖는 폭발적인 위험성으로 인해 경제 제재를 주요 수단의 하나로 간주해 왔으며, 그 핵심은 중국의 제재 동참과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이었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직후의 양국 관계에서 보듯, 미국은 중국에 무역 현안을 양보하면서까지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강력한 대북 군사조치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려 했다.
그동안 중국을 움직인 것은 미국의 군사행동 의지였음이 분명하다. 4월 정상회담 직후 촉발된 한반도 전쟁위기에 직면해 중국은 북한 석탄 200만 톤을 반송하는 가시적 조치를 보이는 등 협조 태도를 보임으로써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위기가 사라지고 나면 중·북 거래는 되살아났고 제재 효과는 소실됐다. 심지어 북한 미사일 부품을 공급한 주체가 중국 기업임도 드러났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 잔해(殘骸)를 건져 분석한 결과다. 중국의 이러한 ‘밀고 당기기’ 과정이 반복되자 트럼프 행정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If China is not going to solve North Korea, we will”)는 입장을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9월 UN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보호를 위해 다른 방법이 없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킬 것(totally destroy)”이라고 경고하면서, 김정은에게 ‘자살 임무(suicide mission)를 수행 중’이라는 조소(嘲笑) 어린 비판을 보내기도 했다. 미 재부부의 9월 중국 겨냥 제3자 기관·개인 제재 조치도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한 결의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조치 직후 중국 당국이 자국 내에 북한이 설립한 기업들에 대해 120일 내에 폐쇄하도록 명령한 것은 중국의 북한전략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다. 표면적으로는 유엔 결의 2375호 이행 조치라고 하나, 사실상 미국의 9월 조치에 대한 순응이며 협조로 볼 만하다. “조련사(미국)가 채찍(제재)을 드니, 꾀부리던 판다(중국)가 뛰기 시작했다”는 비유도 생겨났다.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핵심은 미국의 금융제재가 세계무역의 주요 결제 수단인 달러를 지렛대로 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무역 시스템 내에 깊숙이 들어와 버린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기업 및 은행을 도와주려다 자칫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다만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다. 4월 위기 때처럼, 10월의 한반도 위기가 사라지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지 모른다. 모처럼의 미·중의 대북 제재 공조로 인해 북한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0월 하순 예정된 중국 공산당대회가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시진핑 정권이 새 대북전략 방향을 설정할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런 것은 최근 중국 내부에서 종래의 ‘북한 완충지대론’에 반대하는 ‘북한 포기론’ 내지 ‘북한붕괴 대비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대북 전략 주창자들은 중국이 한·미 양국과 협력해 북한 핵문제 및 북한 장래에 대비하는 비상계획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가히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북한의 대규모 6차 핵실험으로 연변 일대 주민들이 지진 공포에 시달린 점도 중국의 대북관(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비록 권위주의적 공산당 일당 체제라고는 하나, 이미 경제·사회적으로 개방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자국민들의 반발과 분노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으로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중국이 입게 될 피해 역시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되어 중국의 대북전략 수정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권의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라면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겠으나, 그동안의 중국 행태로 보아 실제 정책 변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좀 더
냉철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konas)
홍관희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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