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100년마다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입력 : 2017.09.09 03:17
1차대전 시작할 때만 해도 1000만명 죽게 될 줄 몰라
전쟁 아무리 끔찍하다 해도 상대에 굴복해 얻은 평화는
오래 못 가고 開戰 못 피해… 도발 막으려면 힘 키워야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프랑스·영국·러시아 등 연합국과 독일·오스트리아 등 동맹국 양측 모두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한 채 돌격과 퇴각을 반복하는 참호전이 이어졌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110㎞ 떨어져 있는 슈맹데담(Chemin des Dames)이라 불리는 산등성이는 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맞선 곳 중 하나다. 그해 새로 프랑스군 총사령관이 된 니벨 장군은 48시간 내에 승리를 거두겠다며 슈맹데담을 향한 총공격을 명령했다. 그러나 독일군이 기관총 사격을 하는 산봉우리를 향해 기어올라가는 공격은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무모한 작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명작 만화 '그것은 참호전이었다'의 작가 타르디는 참전 용사였던 자기 할아버지의 기억을 이렇게 전한다. 야간 공격에 나선 병사들이 독일군의 기관총 사격에 포격까지 당했다. 이때는 철모를 양손으로 꽉 잡고 땅바닥에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는 수밖에 없다. 총알과 시뻘건 쇳조각이 몇 센티미터 간격으로 몸 옆을 스쳐간다. 그런 상태로 밤을 보내고 새벽이 되어서야 적의 공격이 멈추었다. 그때야 병사는 자신이 시체 위에 엎드린 채 밤을 보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양손을 시체 배 속에 넣은 채였다. 진흙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썩은 시체의 살이었던 것이다. 그 후 독가스에 약간 중독되어 집에 돌아온 그의 할아버지는 낮에는 식탁에 앉아 졸고 있다가 밤이 되면 다시 암흑의 공포 세계에 빠져들곤 했다. 그는 죽을 때 종부성사를 하러 온 신부를 거부했다. '정말로 하느님이 있다면 세상을 이 모양으로 만들겠는가'라며.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때 1000만명의 사망자, 2000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지옥이 펼쳐지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서구 사회, 서구 문명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요와 평화를 누리던 벨에포크(Belle Epoch·좋았던 시대)의 분위기가 산산이 깨지고, 서구 문명의 우위를 가져온 원천이었던 과학기술은 오히려 파괴와 죽음의 도구로 변모했다. 종교 교리마저 바뀌었다. 예컨대 경미한 죄를 지은 영혼이 일정 기간 극심한 고난의 속죄 과정을 거친 후에 천국으로 간다는 가톨릭의 연옥(煉獄) 교리가 점차 잊혀 갔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가 전장에서 비참하게 죽은 젊은 영혼이 저승에서 다시 불로 지지는 고통을 당한다고는 차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역사학과 사회과학에서 100년에 한 번씩 초대형 전쟁이 일어난다는 이론이 제기되었다. 만일 그 이론이 맞는다면 지금쯤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이고, 전쟁 지역 1순위 후보는 한반도가 될 터이며, 그 전쟁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핵전쟁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과연 '100년 주기설'이 맞아떨어질 것인가. 근거가 빈약한 그런 주장을 믿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테지만, 문제는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다. 핵·미사일 도발을 하며 전쟁 위협을 일삼는 북한의 진절머리나는 작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뮌헨 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대영제국 총리 네빌 체임벌 린은 히틀러의 수데텐란트 합병을 승인한 서류를 흔들면서 '명예로운 평화'를 쟁취했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처칠은 이렇게 논평했다. "우리는 전쟁과 불명예 사이에서 한 가지를 골라야 했다. 우리는 불명예를 선택했고, 곧 전쟁도 치르게 되었다." 평화를 구걸한다고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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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8/20170908029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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