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출신이 맡던 보훈처장… 중령 출신 여성이 유리천장 깨
입력 : 2017.05.18 03:03
- 피우진 보훈처장은 누구
암투병 후 퇴역처분 받자 소송… 복직판결 받고 근무하다 전역
"임을 위한 행진곡도 애국가도 씩씩하게 부르겠다"
피우진(61) 예비역 중령의 보훈처장 발탁은 보훈처 안팎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다. 보훈처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도, 중령 출신이 임명된 것도 처음이다. 보훈처장은 보통 예비역 고위 장성이나 청와대 경호실장, 고위직 공무원 출신들이 임명돼왔다.
피 처장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헬기 조종사로, 1979년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 육군 205 항공대대 헬기 조종사 등을 거쳤지만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는 군 임무 수행에 방해된다고 판단해 다른 한쪽 유방도 함께 절제했다. 하지만 2005년 투병 생활 끝에 병마를 이겨낸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갑작스러운 전역 명령이었다. 암 병력이 있거나 유방을 절제했을 경우 전역하도록 규정한 군 인사법 시행규칙 때문이었다.
피 처장은 "암 수술을 받고 나서 근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퇴역 처분은 부당하다"며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했고 2008년 5월 복직했다. 복직 당시 그는 "퇴역 직전까지 헬기 조종을 했던 만큼 다시 헬기를 타고 싶다"며 제2, 제3의 피우진을 막을 수 있도록 군 인권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논산 육군항공학교 교리발전처장으로 근무하다 중령 연령 정년(53세) 때문에 이듬해 9월 전역했다.
복직되기 전인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3번으로 출마했고, 이번 선거에선 양승숙 준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군대 내 성희롱 및 성추행과 맞섰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2006년 한 월간지 인터뷰에 따르면 1998년 모 사령관이 술을 마시다가 일직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여군 부사관을 보내라고 명령했고, 일직사관은 이를 당시 대위였던 피 처장에게 보고했다. 해당 사령관은 여군들에게 술시중을 들게 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고, 술자리에 올 때는 꼭 "예쁜 사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고 한다. 피 처장은 처음에는 여군이 아프다고 외출 승인을 해주지 않다가, 사령관의 참모가 다시 전화를 걸어 빨리 보내라고 욕을 하자 사복 대신 '전투복'을 입혀 보냈다고 한다. 피 처장은 "그 여군은 바로 부대로 복귀했고, 나는 보직 해임을 당했다"고 했다.
피 처장은 이날 "저는 보훈이 안보의 과거이자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보면 보훈 가족들이 다소 소외감도 느끼고 자기네들이 잊히지 않나 걱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보훈 가족을 중심으로 보훈 정책을 펼쳐나가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이냐는 질문엔 "저는 애국가도 씩씩하게 부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씩씩하게 부를 것"이라고 했다.
피 처장 임명에 대해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사이다 기분"이라고 했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역대급 홈런이며 인사를 넘어서 정의의 실현이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파격 인사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군과 소송까지 했던 전력 등으로 미루어 군과 마찰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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