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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사설] 세계 흔드는 트럼피즘, 강 건너 불 아니다

鶴山 徐 仁 2017. 1. 31. 23:09


[사설] 세계 흔드는 트럼피즘, 강 건너 불 아니다



입력 : 2017.01.31 03:09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슬람권 7개국 국민에 대해 최소 90일간 미국 비자 발급을 불허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대해 물고문과 비밀 감옥을 부활시키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이 내야 하는 국제기구 분담금을 크게 줄이겠다고도 했다. TPP 탈퇴와 NAFTA 재협상,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포함해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일방적으로 내놓은 정책들이다. 트럼프 취임 열흘 만에 미국은 마치 다른 나라로 변한 것 같다. 그가 거의 매일 발표하는 정책은 미국 백인들에겐 어떤지 몰라도 세계에는 희망 아닌 걱정과 불안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때문에 입국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미 언론이 지적한 대로 그동안 미국을 위협한 테러리스트는 외국인보다는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더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과 관련이 있는 국가는 '트럼프판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된 것도 문제다. 당장 보복 테러가 이어지거나 전 세계적으로 반미(反美) 물결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은 올해 세계가 '초(超)불확실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1980년대 말 냉전(冷戰) 종식 이후 가장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대로 들어서는 길목이라는 지적도 많다.

세계를 흔드는 이른바 트럼피즘(Trumpism)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언제 어떤 파도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 트럼프는 어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며 "한·미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을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의 정상이 조기(早期)에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다진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트럼피즘이 '미국 우선'의 고립주의와 일방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존의 동맹이라도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통지서'나 '계산서'가 언제 날아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생존을 미국에 절반은 의탁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 없이 북한 핵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일본 틈바구니에서 운신하기도 힘들다. 그런 우리 처지에서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아니라 세계 문제의 근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국정 사령탑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센 물살을 돌다리 하나에 의지해 건너고 있다. 정치권과 정책 담당자들이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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