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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불확실한 건 美·中 아닌 우리

鶴山 徐 仁 2017. 2. 4. 17:50

[데스크에서] 불확실한 건 美·中 아닌 우리




입력 : 2017.02.04 03:03

안용현 국제부 차장
안용현 국제부 차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1년과 2015년에 각각 쓴 책을 읽어봤다. 모두 이듬해 대선 출마를 저울질할 때 쓴 책이다. 4년의 시차가 있지만 책 내용은 비슷하다. 중국을 겨냥한 무역전쟁, 미국 일자리를 지키는 보호무역, 불법 이민 단속,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등을 공통으로 다룬다. 트럼프는 당선 후 공개한 '취임 100일 계획표'에 이 내용을 그대로 집어넣었다. 지금 트럼프가 몰아치는 무역·국경·인종 장벽 건설에 전 세계는 '초(超)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입장에선 적어도 2011년부터 예고한 내용을 행동에 옮기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는 2011년 책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무역 불균형 해소 효과는 쥐꼬리만큼이고, 오히려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침식하고 일자리를 날려버릴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제품에 부과할 관세만 없애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에 대해선 "세계 평화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왜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가"라고 적었다. 한·미 FTA와 주한미군 분담금에 문제가 있다는 트럼프의 인식은 작년 대선 때 급조된 게 아니라 5~6년 전부터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확실한 것은 중국에도 있다. 바로 '사드 보복' 다짐이다. 최근 만난 중국 외교관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예외 없이 "중국은 사드 보복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사드가 배치되면 행동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보복을 예고하는 근거는 시진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3차례나 직접 '사드 불가'를 공언했다는 점이다.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은 공산당의 권위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당 권위는 한번 흔들리면 안팎에서 계속 도전받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 내에선 '시 황제'로 불리는 시진핑의 말은 한번 입 밖에 내면 거둬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다.

'스트롱맨(strongman)'인 트럼프와 시진핑의 태도는 불확실한 게 없다. 트럼프는 연 250억달러인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해 FTA를 손보려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연 1조원인 주한미군 분담금도 더 내라고 할 것 같다. 시진핑의 사드 보복도 말로 끝내지는 않는다는 태도다.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불확실한 건 오히려 우리 자신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구체적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녹록지 않은 협상을 해야 하는 것", "외교로 얼마든 해결 가능하다"는 모호한 말을 쏟아낸다. 사드 연기론으로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관가에선 "한·미 FTA는 미국에도 이익인데 설마 손댈까",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도 필요한데 설마 철수할까", "국제사회 눈이 있는데 중국이 설마 보복할까" 등의 반응이 판친다. 모두 비합리적 낙관주의일 뿐이다. 사람, 아니 나라를 잡는 건 '설마' 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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