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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데스크에서] 해운업 붕괴 누가 책임지

鶴山 徐 仁 2016. 11. 7. 11:47


[데스크에서] 해운업 붕괴 누가 책임지나


입력 : 2016.11.07 03:12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지난 9월 초 아시아와 미주 노선의 운임을 30% 전격 인상했다. 세계 7위 해운사이자 미주 노선에서 글로벌 4위의 경쟁력을 갖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직후였다.

중국의 WTO 가입과 브릭스의 급성장, 미국의 호황 등이 맞물려 사상 최대의 글로벌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해운사들이 저마다 배를 새로 사들이거나 빌려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점으로 경기 침체가 찾아오자 사정이 달라졌다.

무역 물동량은 급감했고, 비싼 돈 들여 구입한 배들은 마냥 놀게 생겼다. 그러자 해운사들은 저마다 저가 운임으로 화물을 실어날라 주겠다며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가격 후려치기에 나섰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먼저 문 닫는 해운사가 나오면 살아남은 해운사들끼리 '승자독식'하는 구조가 지금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벌어지는 치킨 게임이다. 수요 대비 공급(해운사 숫자)이 줄어들면 다시 운임은 올라가고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10월13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한진해운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김종호 기자


이런 무시무시한 경쟁에서 한진해운이 글로벌 톱 10 기업 중에서는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 그 결과, 나머지 기업들이 쟁취한 '승자만의 작은 잔치'가 최근의 미주 노선 운임 30% 인상이었다. 우리는 이 잔치에서 빠진 것만 억울한 게 아니다. 우리 수출 중소기업들과 중소 물류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운임이 치솟으니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 제조업체나 CJ대한통운 같은 물류 회사는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중소 물류·수출 업체들은 치명타를 입고 있다"면서 "이들은 협회 같은 조직도 잘 안 돼 있어 죽어 가면서도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 해운업의 비전이 더 절망적이란 것이다. 한진해운은 벌써 공중분해 수순으로 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최근 한진해운의 가장 알짜배기 자산인 미주~아시아 노선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이렇게 팔리고 나면 한진해운은 흔적도 없어진다.

그나마 숨이 붙어 있는 세계 13위 해운사 현대상선의 지금 경쟁력은 어떤가. 앞서 진행된 현대상선의 자산 매각을 살펴보면 암담하다. 2014년 LNG 사업부문을 1조1000억원에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에 팔았다. 이 사업은 연간 30조원의 독점 구매력을 갖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와 2028년까지 장기 운송계약을 맺고 있던 알 짜 중 알짜였다. 국내 LNG 수요량의 20%를 전담하는 국가 전략 산업의 일부이기도 했다. 우리가 이처럼 차, 포 다 떼고도 글로벌 해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가. 우리 정부는 한진해운이 있을 때도 세계 6위이던 우린 해운업이 향후 글로벌 5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것일까. 훗날 해운업이 붕괴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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