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02 03:00
[北 리수용 만나 "中·北관계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길 희망"]
오바마가 베트남·日 순방하며 압박하자 中은 '北 끌어안기'
美·中싸움에 北核공조 고비… 美, 北 자금세탁 우려국 첫 지정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리수용을 면담하고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 등을 실시한 북한을 향해 도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 주석은 3년 전 최룡해 특사를 만났을 때와 달리 '비핵화'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중·북 관계를 수호하고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관영 CCTV는 이날 저녁 메인 뉴스에 시 주석과 리수용의 면담을 첫 뉴스로 보도했다. 리수용 방중을 계기로 강력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하며 북한을 압박하던 중국의 기류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최악으로 치닫던 북·중 관계에 해빙(解氷)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인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변화를 북·중 관계 차원이 아니라 좀 더 큰 틀의 미·중 관계를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이 예뻐서 손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등에 화가 많이 나 있다"며 "하지만 중국은 핵심 이익에 훨씬 중요한 '미국 견제' 차원에서 북한을 관리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했다.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베트남과 일본을 방문하며 중국 압박을 가속화한 데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이 다시 북한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과거의 적' 베트남까지 끌어들인 것에 대해 중국은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 듯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시 주석이 리수용을 만난 이날 북한을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처음 지정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시스템 이용이 차단된다.
이런 환경 변화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북한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 北·中이 만난 날… 美, '대북 압박 카드' 던지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 시진핑, 3년 전 최룡해 만났을 땐 '비핵화' 강조하더니 이번엔…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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