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싸는 大企業 임원들 매출 줄자 조직축소 '인사 寒波'
입력 : 2015.09.23 01:47
- 임원 10명 중 3명 옷 벗어
10大 그룹 중 8~9곳 '부진'… 연말까지 구조조정 피바람
- 部長들, 승진 기피
"임원은 임시직원 줄임말… 1년 하다가 잘리느니 부장 2~3년 더하는게 낫다"
건설장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초 조직 개편과 함께 단행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 30명 안팎의 임원이 한꺼번에 옷을 벗었다. 실적 악화로 조직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100여명의 임원 가운데 약 30%가 소리 소문 없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주요 대기업마다 올해 일찌감치 인사 한파(寒波)가 불어닥치고 있다. 비상 경영 선언과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임원진 20~30%를 물갈이하는 대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속속 발표될 30대 그룹 정기 인사에서도 짐을 싸는 임원이 대거 나올 전망이다. 거의 모든 대기업이 매출 감소 여파로 조직을 줄이고 있어 올 연말에는 어느 때보다 옷을 벗는 임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감소로 人事 한파
3대 조선업체가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8조원대 누적 손실을 기록한 조선업계엔 일제히 임원 감축 바람이 불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임원 보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체 임원의 약 30%인 20여명을 내보냈다. 2분기 3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2개월 사이에 대규모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약 25%의 임원을 퇴직시켰다. 퇴직 임원에게 1년 동안 고문이나 자문역을 맡겨 급여 일부를 보전하고 자동차를 제공하는 관행도 없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상반기 특별 인사를 통해 조선 부문 임원 10%(25명)를 해임한 데 이어 올 연말에도 비슷한 수의 임원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규모 인사 한파가 불고 있는 것은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중에서도 올해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그룹은 1~2곳에 불과하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매출이 96조원에 그쳤다. 올 연간 매출도 3년 만에 처음으로 200조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13년 매출 229조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10%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애플의 독주와 중국의 추격으로 큰 타격을 입은 스마트폰 부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임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 대비 제품 경쟁력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시간도 이제 2~3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직 규모와 임원 숫자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중국·브라질·러시아 등 신흥시장 판매 부진으로 올해 매출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인사 한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스마트폰 부진을 겪고 있는 LG전자도 연말 인사를 앞두고 긴장하는 임원이 적지 않다.
◇"임원은 임시 직원"… 승진 기피 풍조도
일부 기업에선 고참 부장의 임원 승진 기피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임원 타이틀을 달고 퇴직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임원 승진을 달가워하지 않는 대기업 부장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5대 그룹 계열사의 한 부장급 직원은 "임원은 임시 직원의 줄임말로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데 승진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실제로 2~3년 전 한 증권회사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고참 부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킨 뒤 1년 후 한꺼번에 내보낸 일이 있었다.
임원 승진 기피 현상은 내년부터 대기업 정년(停年)이 60세로 연장되는 것도 관련이 있다. 지금보다 2~5년 정년이 연장되기 때문에 임원 승진을 포기하고 2~3년 더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에서는 고참 부장들이 임원 승진을 안 하려고 강하게 버티고 있어 회사가 골치를 앓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해고 불안은 부장급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생보사에서는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부장급 간부들이 주말에도 꼬박꼬박 출근하는 등 자리 보전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우리나라 주력 기업 대부분이 성장세가 꺾인 상황이라 조직 축소에 따른 임원 감축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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