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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김정은은 수령 연기자일 뿐이다.

鶴山 徐 仁 2014. 10. 10. 23:53

 

 

 

현재 김정은은 수령 연기자일 뿐이다.

 

김정은은 북한의 절대 권력자인가? 아니면 세습적으로만 승계된

상징적 지도자인가?

 

장진성  

 

 

 

김정은은 북한의 절대 권력자인가? 아니면 세습적으로만 승계된 상징적 지도자인가? 그 둘 중 북한에서 탈출한 나는 후자를 꼽는다. 물론 전자라고 단호히 주장하는 탈북자들도 많다. 그 차이는 북한의 최대이념인 수령유일지도체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수령주의 기획과 유일지도체제를 감시하는 당 조직지도부의 내부실체를 얼마나 잘 아는가에 달려있다.

사실 당 조직지도부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일반 탈북자들은 거의 알 수가 없다. 당 조직지도부는 일반 주민들이 아니라 중앙기관 국장급 이상의 간부들만을 상대로 하는 상위권력이기 때문이다. 일반 주민들이 알아야 할 것은 오직 당 총비서이며 국가주석이었던 김일성 신격화 권위 뿐이다.

그 외 또 다른 권력자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그러한 수령 절대주의 부각을 위해 김정일이 부장 겸 비서였던 당 조직지도부는 겸손의 원칙을 지켜 내부권력으로만 숨어있었다. 더구나 그 은밀함은 상징적 수령이었던 김일성과 실제권한을 독점한 김정일과의 권력갈등을 감추기 위해 더욱 필요했다.

김일성이 사망 전날에야 배급제가 붕괴된 사실을 알고 심장 쇼크를 받았을 만큼 김정일이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모든 권력을 자기에게 집중시킨 결과이다. 심지어 수령 경호권으로부터 시작하여 군부는 물론 북한의 게슈타포조직인 국가안전보위부가 당 조직지도부의 지휘를 받는 것도 바로 김일성주의 잣대로 사실상 김정일의 통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그 뿐이 아니다. 당 조직지도부는 전역의 모든 기관 당위원회들을 통해 당원 생활과 당원 등록 권한도 갖고 있다. 북한 군이 당 조직지도부의 지휘 영역 안에 있는 것도 단순히 인사권의 구속 때문만이 아니라 군관이 되기 전에 당원이 되어야 하고 그 당원들은 인민군당위원회에 예속되는 결과이다.

그런 내부의 작동 원리와 파워를 보지 못한 탓에 한국 내 일부 북한학자들과 세계는 지금껏 많은 착오들을 반복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북한 간부들의 공개서열이다. 대내실권은 당 조직지도부가 모두 장악하고 공개직함은 고령의 간부들에게 주는 명예직일 뿐인데도 김정은과 가까운 옆자리에 선 순서대로 권력2인자, 3인자라고 했다.

그들이 느닷없이 숙청되거나 해임될 때마다 그 배후에 당 조직지도부가 있는 줄도 모르고 김정은의 권력정돈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협상기술만 봐도 체제유지의 달인들인 북한 권력층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그런 생존의 능력자들, 더구나 김정일의 변덕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그들이 철없는 20대가 자기들의 목숨을 좌우지하도록 모든 권력을 양보할 수 없다.

그 증거가 바로 장성택 처형사건이다. 김정일 생존 때에도 장성택은 2번이나 극비리에 재교육(모든 직무에서 제명되어 당 사상교육을 주입시키는 처벌) 혁명화를 받은 적이 있다. 당 조직지도부가 김정일 유일지도권위의 집중을 위해 일가 친척 중 권력 지향성이 가장 큰 장성택을 항상 경계한 결과였다.

그렇듯 매사에 수령의 존엄부터 우선 계산할 줄 아는 이성의 집단인 당 조직지도부가 김정은 정권 들어와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설사 김정은이 공개처형을 지시했어도 극구 말렸어야 하는데 오히려 수령의 고모부를 전체 주민의 분노를 동원하면서까지 부관참시 해버렸다. 그것도 김정은이 고민할 새도 없이 역사상 처음으로 대외보도를 통해 돌이킬 수 없는 공개적인 반역죄로 만들면서까지 말이다.

김정은이 김정일과 같은 절대 권력을 갖지 못했다는 또 다른 증거는 바로 정치국 확대회의이다. 김정일은 일인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당 대회나 정치국 회의 같은 합의형식을 빌리지 않고 은둔의 개인명령지도체제로 국정운영을 해 왔다.

김정은 정권 들어와 정치국 확대회의가 잦아진 것은 그만큼 수령 유일영도가 아니라 권력그룹의 집체적 지도를 의미하며 끝내는 그 다수세력에 밀려 장성택도 처참한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집체적 지도의 명분은 공개권력에 있다고 판단했는지 최근 그 당 조직지도부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황병서 군 담당 부부장이 북한의 상징적 권력인 군 총정치국장이 된 것이다.

북한은 수령만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특권층도 함께 세습된다. 그들에게 둘러싸인 오늘날의 김정은은 부모 없는 고아인 것과 동시에 유일한 후견인인 고모부마저 잃은 정치적 고아이다. 김일성처럼 말하고 김정일처럼 행동하는 김정은의 세련된 수령연기는 폐쇄사회인 독재국가 안에서 수십년간 전문적으로 수령 제일주의만 기획 선전했던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경험으로 얼마든지 연출될 수 있다.

북한의 그 대외선전자료만을 근거로 북한을 연구하면 당 조직지도부의 존재조차 부정하게 되고, 그러면 출발부터 잘못된 학문과 논리로 항상 오판하기 마련이다. 이는 탈북자 엘리트 출신을 단 한 명도 포용할 줄 몰랐던 남한과 세계 북한학계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학계는 지금껏 수많은 오류를 반복했으면서도 그럴 때마다 북한의 폐쇄탓이라고만 변명해온 비논리학의 대명사가 돼 버린 것이다. 김정일은 70년대 말부터 김일성 사후 당 총비서가 된 후에도 당 조직지도부 부장 겸 비서직을 겸직했다. 당 조직지도부의 그 긴 역사를 김정은이가 3년 만에 빈틈없이 장악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정일 같은 경우 세습초기인 1970년대 초반부터 김일성종합대학 동기생들로 당 조직지도부를 구성하고 그 세력에 의존하여 숙청을 거듭하며 지독한 1인 지배 체제를 완성했다. 하지만 스위스 유학으로 외국인 동창생 밖에 없는 김정은의 현 당 조직지도부는 다르다.

교활하고 억척스런 아버지 세대의 동지들로 채워져 있을 뿐 아니라 김정은이 스스로 권력경험을 익히기도 전에 수령연기자로 가두어버렸다. 그 당 조직지도부 이너서클은 앞으로도 자기들의 권력유지와 명분을 위해 산 김정은보다 죽은 김정일의 유훈통치에 맹신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정일은 죽어서도 절대 독재자이다. 그의 당 조직지도부가 위로는 김일성을, 아래로는 김정은을 상징적 수령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세계 북한학계는 현재 김정은이가 실제적 지도자인가? 아니면 상징적 지도자인가?로 이견이 팽팽히 갈라져 있다. 이제는 남한에서도 그 논쟁이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의 선전만을 단면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뒤로 돌아가 볼 줄 아는 입체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 2014-10-10, 2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