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는 버럭 호통>
정치권의 대정부(對政府) 규탄이 거세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대응시스템의 근본적 허점과 구조작업을 지휘한 해경의 무능(無能)에 대한 국민적 공분(公憤)’ 때문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버럭 호통’, 한마디로 염치없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부패의 먹이사슬 꼭짓점엔 정치권이 있는 탓이다.
세월호 참사의 1차 범인은 선장과 일부 선원들 그리고 선사(船社)다. 그러나 관리할 책임을 외면한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그 위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 마지막 감독의 역할을 해야 할 국회 역시 방조(幇助)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 생명 지킬 안전법안, 국회서 ‘낮잠’>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온갖 복지(福祉) 관련 법 제정엔 흥청망청 나랏돈을 써대면서 정작 선박 등 안전(安全) 관련 법 제정엔 무책임(無責任)과 발목잡기로 일관해 온 탓이다.
참사 당시 국회에서 잠자던 법률들. 첫째, 2013년 11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제출한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체험 교육에 앞선 학교장의 안전시설 점검과 대책 마련 의무화(義務化)에 대한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선박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둘째, “학생들의 수련 활동 시 인증(認證)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을 규정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의 법안. 이 역시 국회 교문(敎文)위원회 계류 중. 셋째, “선박 안전운행을 위한 교통관제 도입과 모든 선박이 관제통신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입법. 이것도 1년 넘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 중.
넷째, 3월10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발의한 “선박운항자의 인명구조 의무화(義務化)와 사고 발생 사실을 시장, 군수, 경찰서장 등에게 의무적(義務的)으로 보고(報告)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이것도 국회 안행위 표류 중. 이들 법안이 통과됐다면 관제통신과의 교신으로 원활한 초동 조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선장의 해상 뺑소니도 막을 수도 있었다.
<민생중심 노래하며 발목잡기>
“민생중심” “새정치”를 노래하던 야당은 발목 잡기로 일관했다. 사고 직전 4월15일 현재 미래창조방송위는 위헌적 방송법 개정을 이뤄내겠다며 여야가 합의한 법안 110여건을 붙잡아 놨었다. 정무위는 운동권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기념곡으로 공식 지정돼야 한다며 신용정보보호법·금융소비자보호원실치법 등 통과를 막았다. 이들 법안은 수 천만 명이 피해를 본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자는 취지다.
<국회부터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에 스스로 발목 잡혔다. 무책임·무능력·무기력한 여야의 ‘권세(權勢)정치’ 아래서 안전(安全)과 안보(安保)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런 국회가 복지천국(福祉天國) 만드는 덴 나랏돈을 퍼부었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법률과 정책은 더욱 후순위로 미뤄졌다.
이기(利己)와 탐욕(貪慾), 편향적 이념에 빠진 국회 탓에 지금도 제2, 제3 참사가 예비 중일 것이다. 바다는 물론 무너져가는 학교건물, 쓰레기장 같은 위락시설 등등. 국민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복지 노래를 부르며 매표(買票)에 집착해 온 국회야말로 그래서 흑암의 한 축이다. 유병언 일가와 함께 국회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할 주 책임자이다.
<‘김영란법’ 만 있었더라도 …>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도 정치권 탓이다.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도 국회이기 때문이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씨가 국민권익위원장 시절에 마련한 이 법안은 ‘직무관련성은 있으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면 형법상 처벌할 수 없었던 떡값·상품권 제공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해운조합(海運組合)’의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에 대한 명절 선물, ▲‘한국선주협회(韓國船主協會)’ 지원으로 국회의원들이 해외시찰을 다녀온 뒤 업계에 유리한 입법 활동을 한 것 등. 만일 김영란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런 것들 모두 불법이 된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제출한 이 법안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그 뒤엔 정치권의 제 밥그릇 싸움에 외면당했다.
<공짜 여행간 의원들>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접적 원인도 있다. 5월1일 언론에 보도된 한국선주협회(韓國船主協會), 선주들 모임의 정치권 로비 사실을 체크해보자.
2014년 3월 새누리당 김무성·박상은·이채익·김한표·김성찬·함진규 의원(아랍에미리트 아크부대와 청해부대 방문 및 두바이 관광 시 비용 일부 제공), 2014년 3월 새누리당 소속 일부 보좌관(중국 상해 방문), 2013년 5월 새누리당 정의화·박상은·김희정·이채익·주영순 의원(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항만 시찰 비용 일부 제공), 2011년 11월 한나라당 소속 장광근·박상은 의원(일본 방문 비용 제공).
이들은 공항에서 특급 의전을 받으며 1등석 좌석에 앉아 신나는 여행을 즐겼을 것이다. 놀다 온 뒤엔 어김없이 묘한(?) 법률과 결의가 국회를 통과했다. 선주협회 지원으로 외유(外遊)를 다녀온 자(者)들을 포함한 여야 의원 51명은 2014년 3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지원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해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청해진해운 대표의 정치권 로비...27억 수혜>
이것 뿐 아니다. KBS 4월26일 보도에 따르면, 여객선 선주 단체 ‘인선회’는 2007년 4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핵심인물 A의원에게 접대하고 같은 해 3월과 6월에 각각 백만 원 씩 후원을 건냈다. 놀랍게도 당시 모임을 주최한 ‘인선회’ 회장은 세월호 청해진해운의 대표였다.
A의원은 이후 두 가지 법안을 발의했다. ‘여객선에 싣는 차량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자는 법안’ ‘연도교(橋) 건설로 피해를 본 여객선 업체들에게 보상을 확대하자는 법안’이다. 후자의 법안에 따르면, 청해진 해운은 27억 원의 보상금을 추가로 받게 된다고 KBS는 보도했다. 이상의 후원은 물론 불법이다. 현 정치자금법은 특정단체가 관련 자금으로 정치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유병언식(式) 로비는 여야(與野)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4월24일 유병헌 측근 B씨를 인터뷰했다. B씨는 “유 전 회장은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며 “여야 균형을 맞춰 골고루 금품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돈을 사과박스 2개에 가득 채워 유 前회장에게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탐욕경영 배후에 정치권 없었나?>
금융권 여신(與信)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산업은행은 2012년 청해진 해운에 100억 원 대출을 해줬다. 당시 대출의 담보는 고철이나 다름없는 세월호였다. 산업은행은 “청해진 해운이 매출 급감 등으로 재정상태가 나빠졌다”는 ‘론모니터링’이라는 은행 내부 경고(警告)마저 무시했다. 론모니터링 경고처럼, 이듬해인 2013년 청해진 해운은 8억 원 적자로 돌아섰고 부채비율은 400%로 치솟았다.
대출 외에도 유병언의 탐욕경영, 맘몬(mammon·物神)경영을 하는 과정에 온갖 인허가 절차가 있었고 모든 절차에 탈법·불법이 난무했다. 이 배후에 과연 정치권 압력이나 유착이 과연 없었던 것인가?
<그나마 마지막 카드를 쥔 박근혜>
촛불이 또 시작됐다. 유모차 부대도 나왔다. 무능(無能) 부패(腐敗)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국회는 유병언 일가와 연계된 정(政)·관(官)·금융권 커넥션 척결에 앞서 반정부 규탄에 목청을 높이다. 여당까지 동참하는 모양새는 가히 엽기적이다.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책임전가(責任轉嫁)에 급급한 추한 모습들이다.
이 모든 적폐(積弊)를 해결할 ‘그나마’ 마지막 카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썩고, 썩고 썩어버린 구조적 모순을 버려둔 채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구호는 그래서 넋 나간 선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은 역사의 순리와 국민의 지지를 믿고 전쟁을 치르듯, 혁명을 행하듯 칼을 들어야 한다. 여야 막론하고 썩은 정치를 도려내지 않는다면 적화통일(赤化統一)이 돼도 할 말이 없다.
정치권, 호통칠 자격이 있는가?
이 배후에 정치권 압력이나 유착이 없었던 것인가?
金成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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