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기 리포트> 해군 구조용 특수함정과 장비들
유용원 | 2014-05-06 07: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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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2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은하3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은하3호 로켓은 인공위성을 궤도 위에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1단 로켓이 군산 서쪽 서해상에 떨어져 한·미 양국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술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당초 1단 로켓은 지상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산산이 부서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산화제통 등 큰 잔해들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서해상에 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켓 잔해물이 군산 서쪽 160㎞ 해역의 수심 85~88m 해저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깊이의 수중 압력은 지표면(1기압)의 7~8배까지 올라가, 70~80여t의 압력이 잠수사에게 가해져 작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해군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은하 3호 1단 로켓의 대부분을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고난도 작전 성공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SSU(해난구조대) 대원과 잠수함 구조함인 청해진함, 그리고 청해진함에 실려 있는 인원이송캡슐(PTC·Personnel Transfer Capsule) 등 각종 특수장비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도 출동해 지원을 하고 있는 청해진함은 배수량 3200t으로 길이 102.1m, 폭 16.3m, 높이 31.6m다. 순항속력 15노트(시속 27.8㎞)로 최대 1만7760㎞ 항해가 가능하다. 이는 재급유 없이 하와이를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청해진함은 각종 심해잠수 지원 특수장비를 갖춘 해군 유일의 잠수함 구조함이다. 헬륨과 산소를 섞어 만든 특수 혼합기체를 흡입하며 수백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게 해주는 포화잠수체계(DDS·Deep Diving System)와 심해구조 잠수정 DSRV(Deep Submergence Rescue Vehicle), 원격조종 무인로봇(ROV·Remotely Operated Vehicle), 파도·조류·바람의 영향으로부터 함정 위치를 자동으로 바로잡아 주는 ‘자동함위치유지장치(DPS·Dynamic Positioning System)’ 등이 대표적 특수 장비들이다.
DDS는 수심 300m에서도 작업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잠수사에게 작업 수심과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함상 감압실(DDC·Deck Decompression Chamber), DDC 조종실, 호흡 기체를 공급해 주는 기체 저장실, 잠수사를 작업 수심까지 이송하는 PTC, PTC 조종실 등 5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PTC는 세월호 사고에서 실효성 논란을 빚었던 민간 제작 다이빙 벨보다 성능이 뛰어난 장비로 평가된다. PTC는 잠수사 3명을 공기, 온수, 전기, 통신장비와 함께 최대 300m 해저까지 안전하게 옮겨주는 캡슐형 장치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다이빙 벨과 달리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다. 감압 및 가압장치가 돼 있고 잠수사들이 잠수병에 걸리지 않도록 특수 혼합기체를 공급하는 장치도 있다.
DSRV는 최대 수심 500m에서 한 번에 16명의 조난 승조원을 구조할 수 있는 특수 잠수정이다. 무인로봇 ROV는 미국 실링 로보틱스사가 제작한 것으로, 2008년 이후 총 3대를 250억원에 도입했다. 무게 3.7t, 길이 2.9m, 폭 1.7m로 잠수 깊이는 3000m에 달한다. 세월호 사고 수색 및 구조작전에는 이들 ROV가 투입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해군은 2008년에 도입된 것은 고장이 나 수리 중이고, 그 뒤에 도입된 것은 아직 해군에 인도되지 않아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청해진함과 함께 주목을 받은 해군 구조함으로는 통영함이 있다. 통영함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독자기술로 만들어진 최신형 수상함 구조함이다. 수상함 구조함은 고장으로 기동이 불가능하거나 좌초된 함정 구조, 침몰 선박·항공기 탐색 및 인양, 예인, 해상 화재진압, 기름유출 등 해상오염 방재 등 다양한 구조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이다. 2012년 9월 진수했으며, 당초 시험평가 등을 거쳐 2013년 후반기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진수 1년6개월이 넘도록 아직 인도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세월호 구조작전에 투입되지 못해 한때 논란을 빚기도 했다.
통영함은 길이 107.54m, 폭 16.8m, 배수량 3500t급으로 기존 구조함에 비해 크기도 커졌고 신형 구조장비를 갖추고 있다. 유압 권양기를 이용해 윤영하급 미사일 고속함을 인양할 수 있고,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까지 예인할 수 있다. 특히 수중 물체를 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와 최대 수중 3000m까지 탐색할 수 있는 수중 무인로봇을 탑재하고, SSU 대원들이 수심 90m에서 구조임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최대 8명(군의관 포함)까지 수용이 가능한 감압 챔버와 중형 헬기가 이착함할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추고 있다. 국방부는 통영함의 세월호 구조작전 미투입에 대해 “현재 통영함은 해군에 인도도 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조선소에서 장비를 보완 중에 있는 상태”라며 “이러한 상태에서 실전배치도 되지 않은 통영함이 구조현장에 무리하게 투입될 경우 장비 작동과 항해 안전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통영함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장비는 음파탐지기와 수중 무인로봇 ROV 등 2종이다. 무인로봇의 경우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하더라도 세월호 침몰수역 조류가 워낙 빨라 운용하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통영함 및 원격조종 무인로봇 ROV 투입 논란은 고성능 최첨단 장비라도 만능은 없으며 적시에 적절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군 소식통은 “세월호 사고는 아무리 첨단장비라도 잠수사 등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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