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말만 앞세워선 아시아에서 리더십 발휘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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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6 03:07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추모 묵념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백악관에 걸었던 성조기와 '잭슨 목련'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 19세기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죽은 아내를 그리며 백악관에 심은 데서 비롯된 잭슨 목련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에 대한 위로의 뜻이 담긴 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기에 열렸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발은 새로운 강도의 국제적 압박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핵은 북에 고립만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의 4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을 뿐 그 이상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2015년 말 한국군이 넘겨받기로 합의한 전시(戰時) 작전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북의 핵·미사일 능력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화됐고, 2015년 말에 맞춰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에 전작권을 넘길 경우 북이 상황을 오판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북의 도발 능력과 한국군의 대비 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작권 문제에 관한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일본을 방문했다. 그런 만큼 오바마가 한·일 과거사 갈등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도 관심을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아태 지역 (특정)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아베 내각의 퇴행적 역사 인식과 도발적 언동으로 비롯된 한·일 갈등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한국인 위안부(피해자)들은 쇼킹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은 과거를 정직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과 직접 전쟁을 치렀고 지금의 한·일 과거사 갈등은 대부분 승전국 미국의 전후(戰後) 처리 과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선 미국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한반도는 지금 미·중 각축과 한·일 갈등, 북한 변수까지 겹친 중층적(重層的)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11년 '아시아 회귀(回歸)'를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도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 일본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타결하는 데 실패했다.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측 기자들의 질문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됐다. 이런 모습은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에 대한 의문을 키울 수밖에 없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이래서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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