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무인기에 뚫린 청와대 상공, '안보 구멍' 이것뿐인가
입력 : 2014.04.03 03:03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300m 정도의 높이에서 통일로를 따라 청와대에까지 접근해 모두 190여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청와대 촬영 후 북으로 귀환하던 중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무인기는 북한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에 500여발의 포탄을 쏘던 시점에 백령도 일대를 정찰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무인기가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인근 상공에서 사진 촬영을 해도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 무인기들이 추락하지 않았다면 북한 정탐 무인기가 대한민국 하늘을 휘젓고 다닌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무인기는 20~30㎏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 언제든 자폭(自爆) 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들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 일부에선 "구식 무인기를 놓고 안보 위협을 과장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爆沈)도 북의 최첨단 무기가 아니라 잠수정과 어뢰를 이용한 야간 기습에 당했다.
북한 김정은은 2일 "지금 정세가 엄중하다"며 "오직 총대로 최후 승리를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대남 도발과 위협을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북은 이미 휴전선을 따라 무인 폭격기를 실전 배치해둔 상태이다. 무인정찰기 역시 필요하면 언제든 공격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군의 레이더로는 날개 폭과 동체 길이가 1~3m 안팎인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저(低)고도 신형 고출력 레이더'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의 대비 태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군은 파주 무인기 추락 사건에 대해 그간 "대공 용의점을 발견 못했다"고 해 왔다. 청와대 상공이 뚫렸다는 질책을 모면하려고 둘러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응이 결국 북한이 일주일 만에 백령도에 다시 무인기를 띄우는 사태를 불렀다. 군과 정보 당국이 북의 정찰 무인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적(敵)의 정찰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날아오는 것에 미리 대비했을 것이다. 국민이 군과 정보 당국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고가(高價)의 레이더 도입보다 더 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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