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29 17:44 | 수정 : 2013.12.30 09:00
"영상 다 지우라"며 발길질도…결국 오후 3시 생중계 포기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28일, 경찰은 2만명, 민주노총은 10만명이 서울광장에 모일 거라고 했다. 이 정도 규모라면 현장에서 취재하는 입장에서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서울광장이 가득차고 주변 도로가 아수라장이 되는 건 2만이건 10만이건 마찬가지다. 경찰은 1만3000명을 주변에 배치한 상태.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닌 현장감이다. 당연히 생중계를 해야 하고, 그 타이밍은 총파업 결의대회가 시작되는 오후 3시 전후였다.
하지만 그 현장감을 전하는 건 쉽지 않다. 민주노총 일부 조합원들은 TV조선 보도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현장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종종 취재를 방해받는다. 단순 취재라면 잠시 물러날 수 있지만 생중계는 다르다. 중계 도중 방해를 받으면 '방송사고'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나는 촬영기자와 서울광장 주변을 몇 바퀴 돌았다. '안전하고 그림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서다. 우리는 서울광장과 플라자 호텔 사이 도로 중간에 중계 포인트를 잡았다. 집회 현장에서 20~30m쯤 떨어진 곳이다.
TV조선 마이크 보자마자 욕설
그런데 중계 직전, 뉴스 AD가 "2분 뒤 중계 시작"이라는 말을 했을 때, 우리 바로 옆에 버스가 한 대 섰다. 지방에서 늦게 도착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전세버스였다. 거기서 내린 40여명의 조합원들은 지나가다 TV조선 마이크를 보고 욕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현장감을 전하는 건 쉽지 않다. 민주노총 일부 조합원들은 TV조선 보도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현장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종종 취재를 방해받는다. 단순 취재라면 잠시 물러날 수 있지만 생중계는 다르다. 중계 도중 방해를 받으면 '방송사고'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나는 촬영기자와 서울광장 주변을 몇 바퀴 돌았다. '안전하고 그림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서다. 우리는 서울광장과 플라자 호텔 사이 도로 중간에 중계 포인트를 잡았다. 집회 현장에서 20~30m쯤 떨어진 곳이다.
TV조선 마이크 보자마자 욕설
그런데 중계 직전, 뉴스 AD가 "2분 뒤 중계 시작"이라는 말을 했을 때, 우리 바로 옆에 버스가 한 대 섰다. 지방에서 늦게 도착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전세버스였다. 거기서 내린 40여명의 조합원들은 지나가다 TV조선 마이크를 보고 욕설을 시작했다.
- TV조선 유선의 기자가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노총 집회에서 취재 방해와 폭행을 당했다. /TV조선
누군가는 카메라 받침대를 발로 찼다. 우리는 생중계가 임박한 상태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다 뉴스 AD가 "1분 남았다"고 말하는 순간, 파란 점퍼를 입은 조합원 한명이 카메라를 가리고 섰다. "여기서 나가, XX!" 그 욕설을 듣는 순간 중계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번 겪은 일인데, 이런 사람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나는 뉴스 AD에게 "중계를 미뤄달라"고 요청했고, 촬영 기자는 그 조합원에게 "비켜달라"고 요구했다. 예정됐던 생중계를 우리는 포기했다.
하지만 그는 더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나에게 다가와 마이크를 뺏으려 했다. 순간 꾹 눌렀던 나의 감정도 북받쳤다. 중계까지 망쳐놓고 무슨 욕을 이렇게 심하게 한단 말인가? "말씀이 심하시네요, 다른 데로 갈 테니 사과하시죠?" 그는 나의 뺨을 때렸다. 그 장면이 우리 중계 카메라에 잡혔고, 오디오맨은 스마트폰으로 그 장면을 찍었다.
-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TV조선 기자에게 발길질을 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TV조선
“말씀이 심하시네요” 항의하자, 뺨 때려
폭행이 시작되자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함께 욕을 하던 조합원들이 말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오디오맨의 스마트폰을 뺏어 폭행 영상을 지웠다. “안전한 곳으로 일단 물러나라”는 데스크의 지시, 우리는 장비를 챙겨들고 계속 욕을 얻어먹으며 뒤로 빠졌다.
두 번째 충돌은 20분 뒤에 일어났다. 서울광장에서 영상을 촬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우리는 대한문 쪽으로 건너가기로 했다. 그런데 안경 쓴 한 조합원이 지나가던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대한문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 조합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 지난 25일 서울 조계사에서 철도노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TV조선 카메라기자를 위협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나와 시위 현장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던 그는 "여기서 찍은 영상 다 지우라"면서 촬영기자 카메라를 뺏으려 했고, 이에 저항하던 촬영기자에게 수차례 발길질을 했다.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는 나에게 근처에 있던 그 파란 점퍼의 조합원이 다시 달라붙었다. 그는 또 나의 뺨을 때렸고, 몇몇 조합원들은 우리 카메라를 뺐었다. "고발하겠다"고 경고하며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겨우 카메라를 되찾았다. 발길질을 당한 촬영기자의 정강이에는 피가 났다. 여러 군데 피멍도 들어 있었다.
25일 조계사에서도 폭행
지난 25일에도 서울 조계사에 숨어든 철도노조 지휘부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갔던 TV조선 동료 기자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때도 그들은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을 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동료 기자는 "왜 물리력을 행사하느냐"고 정중하게 항의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의 항의에 조합원들은 "입 조심하라"며 더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사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신사적이었다. 민주노총 건물 로비에서 먹고 자는 몇몇 조합원들은 몇 번 얼굴을 보고 익숙해지자 이런저런 얘기도 해줬다. 지난 27일, 한 조합원은 나에게 "추우니 이불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와 다리에 이불을 덮고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신사적인 조합원 많은데, 보도에 불만 있는 몇몇이 폭력 행사
“내가 맞은 것보다 폭력 때문에 문제 꼬이는 현실이 더 안타까워”
그는 "TV조선 보도 내용이 사측의 편을 들어주는 것 같아 일부 조합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불만을 갖고 있는 건 몇몇이고 대부분 조합원은 파업에 참여하느라 뉴스를 볼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그 '몇몇'이 TV조선을 비난하는 바람에 실제로 뉴스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보도 내용을 확대 해석하게 되는 것 같다며 나에게 대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조합원들의 서러움에 공감한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몇 명 때문에 '평화로운 해결'은 더 멀어지고 있다.
사측과 정부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마음을 닫고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는 건 모순이다. 더구나 거부의 방법이 대화가 아닌 폭력이라면 어떻게 '민주'노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맞은 것보다 폭력 때문에 문제가 꼬이고 있는 현실이 더 안타깝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