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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87회 '릴레이 접견'… 증거 들이대도 "대답말라" 종용/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2. 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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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87회 '릴레이 접견'… 증거 들이대도 "대답말라" 종용

 

 

입력 : 2013.12.02 05:34

 

[일심회 변호인단 37명, 7년前 수사때 무슨 일이…]

규정 어기고 피의자 옆에 앉아 조사내용 적으며 반말·욕설
일심회 포섭대상이던 변호사는 사건 주범 7차례나 접견

피고(被告)인 대한민국이 재미동포 간첩인 장민호(51·미국명 마이클 장)에게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옴에 따라 이번 선고의 바탕이 됐던 '일심회 사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기관이 일심회 수사를 하던 2006년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수사하고 있을까.

◇"이름이 뭐야 새끼야"

국가가 간첩인 장씨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 상황에 기인(起因)한다.

피고(대한민국)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보면, 2006년 11월 8일 오후 5시 9분, 국정원이 주범 장씨를 조사하려고 하자 37명의 공동변호인 중 한 명인 장경욱(45) 변호사가 들어와 신문 참여를 요구했다. 조사가 시작되자 장 변호사는 규정(피의자 뒤 1.5m 의자)을 어기고 장씨와 나란히 앉으려고 했다. 수사관이 "피의자 뒤로 가 앉으라"고 했지만, 장 변호사는 "기분이 나쁘다"며 버텼고, 조사 내용을 적지 말라는데도 계속 메모했다. 장씨가 수사관의 질문에 대답하려 하자 장 변호사는 "일체의 답변을 거부하라. 자꾸 대답하시면 안 된다"라고 종용했다. 변호사 의자 위치, 메모, 진술 거부 종용 등 문제로 신문이 계속 중단되자 수사관은 "계속 수사를 방해하면 대검 지침에 따라 퇴거(退去)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때 장 변호사가 수사관에게 "이름이 뭐냐"고 큰 소리로 반말을 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이에 수사관이 "방에서 나가 달라"고 하자, 장 변호사는 "너 이름이 뭐야 이 새끼야"라고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다가 방 밖으로 끌려나갔다.

지난 2006년 12월 8일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 당원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일심회’간첩 사건으로 구속된 당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심회 사건' 변호인단과 접견시간. 일심회 5명 재판 결과.
지난 2006년 12월 8일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 당원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일심회’간첩 사건으로 구속된 당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석호 기자
2006년 11월 22일 변호인단 중에 김승교 변호사가 장씨를 접견하겠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찾아왔다. 검찰은 그러나 김 변호사가 변호인단과 약간 다른 의견을 보이면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당시 확보한 문건에서 김 변호사 이름이 일심회의 포섭 대상으로 오른 점 등을 이유로 접견을 허가하지 않았다.

◇철저히 묵비권(默祕權) 행사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정원과 당시 수사검사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 변호사의 접견을 불허한 검찰은 "당시 일심회 총책인 장씨의 포섭 대상이던 김 변호사와 간첩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장씨를 계속 만나게 하면 그것 자체가 직무유기"라고 했다.

또 일심회 피고인들은 당시 37명의 변호사로부터 '넘칠 만큼' 조력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수사가 한창이던 2006년 10월 말부터 약 한 달간 5명의 피의자를 총 87회 접견했다. 김병현·최기식 검사 등 일심회 수사팀은 일심회가 행사하던 묵비권을 넘어서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기억했다. 증거와 마주친 일심회가 말문을 열려고 하면 입회했던 변호사들이 "대답하지 마라"고 묵비권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현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 이석기 의원 등 RO(혁명조직)의 내란 음모 사건에도 25명의 변호인단이 꾸려졌다. 이 의원 등 RO 조직원들은 국정원과 검찰에서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RO 사건뿐만 아니라 왕재산 사건, 실천연대 사건 등 주요 간첩·공안 사건마다 등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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