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사람의 지적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장 눈앞의 먹고살 일을 걱정하느라, 다른 문제는 올바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프린스턴대 등 공동 연구진은 30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 쇼핑객 101명과 인도의 사탕수수 농부 464명을 대상으로 인지·논리력(IQ) 테스트를 실시했다. 미국에선 먼저 실험 대상에게 각자의 경제 상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질문을 던진 뒤, 테스트를 진행했다. 가령 ‘당신 차가 고장 났다. 자비로 고치겠느냐, 돈을 빌리겠느냐, 아니면 수리를 미루겠느냐’고 묻는 식이었다. 차 수리비가 150달러(약 16만원)라고 했을 땐, 고소득자나 저소득자나 테스트 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수리비가 1500달러나 된다고 했을 땐 저소득자의 IQ가 13포인트 낮게 나왔다.
인도에선 소득 대부분을 농사 수확에 의존하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수확 전후 4개월의 차를 두고 IQ 테스트를 했다. 수확이 끝나 주머니가 넉넉했을 때 IQ가 9~10포인트 높았다.
하버드대 센드힐 물라이나단 경제학과 교수는 “가난은 뇌에 인지적 부담(cognitive tax)을 준다”며 “사회 빈곤층 대책을 단순히 돈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