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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育.學事 關係

[동서남북] 온값 등록금, 반값 교육/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6. 2. 17:24
사설·칼럼
동서남북

[동서남북] 온값 등록금, 반값 교육

입력 : 2011.05.31 23:16 / 수정 : 2011.06.01 05:56

강경희 경제부 차장

한나라당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카드를 꺼냈다. 전세금과 물가는 치솟고 1년에 1000만원이나 되는 대학 등록금에 가계부는 갈수록 주름져 표심(票心)이 멀리 달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핫이슈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똑 부러지는 묘안(妙案)은 나오질 않고 헛바퀴만 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33%에 머물던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2010년 현재 79%로 세계 수위를 달린다. 그렇지만 뜨거운 교육열의 나라라거나, 고급 인력을 양산하는 '교육 강국'의 징표로만 볼 수는 없다. 학력 콤플렉스가 유난히 심한 사회에서 정부는 대학 숫자만 2배로 늘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학력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대학민국(大學民國)'을 만들어 놓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람도 덜 뽑고 비용도 절감하는 '저(低)비용, 고(高)효율' 구조로 변신해왔다. 대신 각 가정의 살림살이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변했다. 빚내서 집 사고, 좁아진 취업 문 뚫으려고 집집마다 자식들 교육에 쏟아붓는 돈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문이 활짝 열려 너도나도 가는 대학을 내 자식만 안 보낼 수도 없어 허리 휘는 대학 등록금을 감수하는 바람에 가계부채는 8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학 공교육에 대한 투자는 등한시한 채, 등록금에만 주로 의존하는 취약한 사립대학이 마구 생기도록 했다. 그 결과가 바로 허리 휘는 등록금이다. 우리나라 대학 중 사립대의 비중은 78%나 된다. 대학도 무상 공교육이나 다를 바 없는 유럽과는 비교할 바도 못 되거니와, 사립대 등록금이 비싸기로 세계 1위인 미국도 사립대 비중은 전체 대학의 3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등록금 부담이 덜한 주립대이다.

우리나라 학부모와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에 짓눌리는데도, 막상 대학생 1인당 투자되는 연간 교육비는 OECD 평균의 70%도 안 되는 부실 고등교육이다. WEF(세계경제포럼)가 매기는 대학 진학률은 139개국 중 1위인데 교육의 질은 57위밖에 안 된다. 그야말로 '온값 등록금, 반값 교육'이다.

이는 '반값 교육'을 그대로 두고 등록금만 반으로 자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부실한 대학이 등록금으로 연명하는 구조는 내버려둔 채 나랏돈을 쏟아부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만 덜어줘도 안 된다.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게 유도하는 한편, 등록금은 반값도 안 되면서도 온값 이상을 하는 대학 공교육을 강화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해법이다. 그러려면 공적 자금을 조성해서라도 대학의 구조조정부터 과감하게 해야 한다.

지금도 3분의 1가량 되는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데다, 학령(學齡) 인구가 점점 줄어 대학 구조조정은 시급한 과제다.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도 알고 있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1월 '고등교육 재정투자 10개년 기본계획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등록금 대출을 제한하는 대학 명단도 발표했다. 대학 간의 자율 통폐합을 유도하겠다지만 부실 대학의 구조조정을 부실한 대학 손에만 맡겨둘 일도 아니다.

교육은 공공재(公共材)이니만큼 부패가 드러난 무능한 사학재단부터 퇴출시켜야 한다. 또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시설 등을 인수해 이를 등록금 싸고 사회 수요에 맞는 질 좋은 공립대학 또는 평생교육기관으로 탈바꿈시키거나, 아니면 새 주인을 찾기까지 '가교 대학'으로 정상화해나가는 등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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