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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철진의 山房閒筆 / 신묘년(辛卯年) 새해 아침에(대구일보 2011.1.1.토)

鶴山 徐 仁 2011. 1. 2. 18:02




신묘년(辛卯年) 새해 아침에


<고구려 고분벽화 내리1호분 천장 고임에 그려진 달 모습>


신묘년(辛卯年) 새해 첫날의 금빛 찬란한 둥근 해가 희망차게 솟아올랐다.
하긴 어제 경인년(庚寅年) 호랑이해의 마지막 날 뜬 해나 오늘 신묘년(辛卯年) 토끼해의 첫날 뜨는 해가 다를 리 없겠으나, 사람들은 모두들 오늘 새해 첫날의 장엄(莊嚴)한 해돋이를 보며 새로 맞이하는 한 해의 소망(所望)을 마음속으로 빌었을 것이다.
‘해’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상아탑'(1946.5)」에 처음 발표되었던 박두진(朴斗鎭, 1916.3.10~1998.9.16) 시인의 대표작 ‘해’이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과 만나면 사슴과 놀고, //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일제 치하’라는 시대적 상황을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으로 대치(代置)하여 이 시를 다시 읽어 보아도,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과 의지’는 새해 첫날을 맞는 우리에게 열정적·역동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감동(感動)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항상 새해가 되면 그 해의 해당 동물이 지니는 상징 의미를 생각해 보며, 마음속으로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새해를 맞는 자세를 가다듬기도 한다. 이는 십이지(十二支)가 민간이나 도교와 불교의 방위, 시간, 수호 등의 개념에서 그 의미가 발전, 확대되어 벽사(辟邪)와 길상(吉祥)은 물론, 여러 가지 상징 의미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토끼해이다. 토끼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하부 단위를 이루는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 등의 십이지 중 네 번째 동물이다.
십이지에서 토끼[묘(卯)]는 방향은 정동(正東), 시간은 묘시(卯時)[오전 5시에서 7시], 달은 음력 2월로 방위신이며 시간신이다. 또한 만물의 생장ㆍ번창ㆍ풍요를 상징하며, 호랑이를 속이고 자라를 속이는 꾀보이나 민첩·소심·경망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유교적인 측면에서는 충성스러운 동물로, 도교적으로는 장생불사를 표상하며, 민간 설화에서는 과학이 달을 향한 인간의 꿈을 짓밟기 전까지만 해도 옥토끼[玉ꟙ]로 달에 살면서 떡을 찧거나 불사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왔다. 유물·유적 등의 그림에서는 뒷다리가 튼튼해 잘 뛰기에 나쁜 기운으로부터 잘 달아 날 수 있고, 윗입술이 갈라져 여음(女陰)을 나타내므로 다산(多産)을 상징하고, 털빛이 희어 백옥 같은 선녀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토끼가 우리에게 친근해지게 된 것은 우리의 대표적 판소리계 고전인 우화소설 「토끼전」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토끼전」은 원래 인도의 자타카 본생경(本生經)의 불전 설화(佛典說話)인 용원 설화를 모태로 한 설화계 소설인데, 우리나라의 문헌 설화로는 「삼국사기」의 ‘구토설화(龜兎說話)’가 이에 해당한다 하겠다.
「삼국사기」의 ‘김유신 열전’을 보면, 신라 선덕 여왕 11년(642) 김춘추가 백제군에게 죽은 딸과 사위 품석(品釋)의 보복을 위해 고구려로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엉뚱하게도 첩자로 몰리어 죽임을 당할 상황이 되자, 보장왕의 신하 선도해(先道解)에게 자신이 가지고 온 청포(靑布) 삼백 보를 뇌물로 주고 살려 주기를 부탁한다. 그때 선도해가 탈출의 암시로 김춘추에게 넌지시 들려 준 탈신지계의 설화가 ‘구토설화’였고, 거기서 지혜를 얻은 김춘추는 고구려를 탈출해 신라로 돌아오게 된다.
그 후 '구토지설(龜兎之說)'은 소설로는 「토끼전」·「토(兎)의 간(肝)」·「별주부전」 등이 되고, 판소리로는 ‘수궁가(水宮歌)’로 불려지며 널리 퍼지게 되었다.

토끼에 대한 격언·속담으로는 우리의 ‘가는 토끼 잡으려다가 잡은 토끼 놓친다.’나, 영국의 ‘한 마리의 개로 두 마리 산토끼를 잡으려 하지 마라.(Don't think to hunt two hares with one dog.)’, 로마의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자는 한 마리의 토끼도 못 잡는다.’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한 것이니, 토끼해인 새해에는 욕심을 버리고 분수에 맞는 착한 삶, 베푸는 삶을 살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겠다.
끝으로 새해 첫날 독자들께 필자(筆者)의 졸시 ‘새해 아침의 기도(祈禱)’를 바친다.

새해에는 / 미움 모두 거두게 하소서 //
미망의 안개 구름 걷어 가시어 / 마음 아침 햇살보다 맑게 하시고 //
저와 둘레의 가난한 영혼들도 / 넉넉한 마음의 사랑이게 하소서 //
행여 마음 한 점 얼이라도 있으면 / 연잎 물방울 버리듯 버리게 하시고 //
가슴 깊이 자리한 참 믿음으로 / 한 송이 연꽃 곱게 피우게 하소서 //
새해에는 살아 있는 목숨들 모두 /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시인, 예술촌 촌장)

출처 : 경대사대 부중고1215회 동기회
글쓴이 : 村長(김철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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