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軍事 資料 綜合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

鶴山 徐 仁 2010. 9. 12. 12:04

august 의 軍史世界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8월에 있었던 사실입니다.  1914년 7월 28일, 유럽의 노(老)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세르비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전쟁은 이들 사이의 국지적인 분쟁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싸움을 말리기보다 오히려 자신들이 싸움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명분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던 괴물들만 있었습니다.

 

[ 전쟁 선언을 하자 국회 앞에 모여 환호하는 비엔나시민들 (1914년 7월) ]

 

그리고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914년 8월이 되었을 때, 열강이었던 프랑스, 영국,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는 편을 나눠 전 유럽을 전쟁터 삼아 전쟁을 개시하였습니다.  서구에서는 대전쟁(the Great War)으로 더 많이 알려진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이처럼 전쟁 발발에 관한 자료들을 살펴보면 유럽 전역이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순식간에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 독일의 참전 선언에 환호하는 국회 앞의 베를린시민들 (1914년 8월) ]

 

외교조약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위정자들의 신중한 판단보다, 오히려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그동안 전쟁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것처럼 전쟁을 찬양하는 광적인 분위기로 사회가 변하였습니다.  그 열광이 20세기 초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정치, 사회현상이었던 극단적인 좌우대립 조차 단숨에 중지되고 서로 힘을 모아 전선으로 달려 나가는 것을 영광으로 삼았을 정도였습니다. ( 관련글 참조 )

 

[ 동맹국 독일의 참전 소식에 환호작약하는 비엔나시민들 (1914년 8월) ]

 

위 사진은 동맹국인 독일의 개전선언을 듣고 자국의 황제 프란츠-요세프 (Franz-Josef)와 독일황제 빌헬름 2세 (Wilhelm 2)의 사진을 함께 들고 환호하는 비엔나시민들의 모습입니다.  흔히 '유럽 역사에 30년 평화는 없다'는 이야기처럼 보불전쟁(1870~1871년) 이후 불안정하지만 그런대로 지속되어 온 평화 때문에 너무 몸이 간지러웠을까요 ?  아니면 상대가 너무 미워서 전쟁이 벌어질 날만 손꼽아 기다렸을까요 ?  위의 사진들은 전쟁을 간절히 기원하여 왔던 사람들의 모습같습니다.

 

[ 시민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보무도 당당히 전선으로 가는 독일군
그들 모두는 전쟁의 무서움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1914년 8월) ]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그 당시 사람들이 전쟁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진은 전선으로 이동하는 각국 병사들과 이를 환송하는 국민들의 모습인데, 마치 소풍가는 어린이들과 이를 배웅하는 학부모의 모습처럼 즐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즐겁게 전선으로 달려간 이들이 만난 결과는 불행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 마치 소풍가는 아이들을 배웅하는 모습 같은 프랑스군 환송식
이들 또한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불행을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1914년 8월) ]

 

아시다시피 제1차 대전은 최초의 총력전이라 할 만한 전쟁이었고, 이전의 어떠한 전쟁과 비교가 되지 않는 거대한 규모였습니다.  이전의 전쟁은 전선에서 군인들만 싸우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대부분 사람들은 생각하여, 자기 동네가 싸움터가 되거나 뒤낭(Henry Dunant)이나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처럼 직접 전선을 찾아가지 않는 한 몸소 전쟁을 느끼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매스컴의 발달이 미비하여 후방의 사람들은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였습니다.

 

[ 흥분되어 전선으로 달려가서 서로를 만난 이들의 모습은 이러하였습니다 ]

 

영국의 모(某)신문은 전선의 비참한 참상을 상세히 묘사하는 기사를 썼다가 매국신문이라고 봉변을 당하기도 하였을 만큼 전쟁터의 제대로 된 소식을 일반 국민들이 알 기회는 그 당시만 해도 드물었습니다.  그에 비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될 만큼 요즘의 전쟁터는 그 참상이 세계인에게 즉각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잘 알기 때문에 전쟁을 무서워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 관련글 참조 )

 

[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전쟁이 낭만적인 적은 없었습니다 ]

 

과연 100여 년 전 환호하던 그들은 이러한 비참한 결과를 알고 있었을까요 ?  그리고 비참한 전선의 상황을 후방의 국민들은 제대로 깨닫고 있었을까요 ?  1929년 출간 된 레마르크(Erich M. Remarque)의 역작 '서부전선 이상 없다(Im Westen nichts Neues)'를 보면 교수의 참전독려로 전쟁이 뛰어든 주인공이 휴가 중 학교에 가보니 여전히 그 교수가 전선의 상황을 왜곡하고 오히려 후배들에게 자신을 전쟁영웅으로 묘사하며 참전을 독려하는 모습에 크게 분노를 느끼는 장면이 나옵니다.

 

[ 전쟁은 예외 없이 이런 모습인데 인간은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는 합니다 ]

 

왜냐하면 소시민이 최전선에서 겪은 모습은 대의명분을 위해 하루 빨리 전선으로 달려가 총을 갈겨대고 싶었을 만큼 결코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살상과 파괴만 있는 전쟁은 바로 현실에 나타난 최악의 지옥이었는데, 사실 이것은 제1차 대전 만의 모습이 아니라 인류가 전쟁을 시작한 이래 계속된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전쟁을 너무나 반기던 그 당시의 미친 사회상을 보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망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august 의 軍史世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