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렬 목사ㅡ 그는 영웅인가, 범법자인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광선 대표회장은, 지난 6월 12일 정부 승인 없이 무단 입북한 한상렬 목사가 같은 달 2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가진 기자회견 내용에 개탄한다며,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상렬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희생 생명들의 살인 원흉’이며, 천안함 사건이 ‘이명박 정권의 합동 사기극일 수 있다.’고 한 반면, ‘북녘 조국은 진정으로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 ‘이번에도 전쟁 위기감 속에서 평화 의지가 분명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는 기자 회견을 가졌다.
그러자 한상렬 목사가 소속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현배)가 교단 총무와 평화통일위원장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한 목사는 신앙양심과 민족양심을 실천하기 위해 ‘6ㆍ15 정신 계승’을 위해 방북한 것”이나, “그의 이번 방북은 본 교단의 공식입장을 가지고 이루어진 일이 아님을 밝힌다.”며 이광선 회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에는 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서경석 목사)이 정부 허가 없이 입북한 한상렬 목사의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 대해 “기장 교단은 대한민국 편에 서라”고 재반박했고, 이어서 사)한국기독교교단협의회(대표회장 김상용 목사)도 광고 성명을 통해 한상렬 목사를 "성경과 기독교 교리를 유린하고 국법을 위반하며,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면서 목사직과는 무관한 친북 좌익 정치활동을 20여년 계속해 오면서 성직인 '목사'라는 직함으로 이 땅의 성도들을 기만하고 기독교를 모독해 왔다."고 비판하며 “김일성·김정일 숭배자 한상렬 씨는 목사가 아님을 만천하에 선포한다"고 밝혔다.
필자는 무종교일 뿐더러 기독교에 대해서는 더욱 아는 바가 없으나,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한상렬이란 목사 한 사람 때문에 국민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기독교계에도 교리 때문이 아닌 사상 문제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상렬 목사ㅡ 그는 누구인가?
그는 1950년 전북 임실군 태생으로 전북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 반유신 운동, 기독청년운동을 했으며, 목사 안수 후 1986년 전주 고백교회 담임목사가 되었다. 이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지도위원,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중앙 공동의장을 맡았으며, 2002년 효순ㆍ미선 사건 범대위 공동대표, 2004년-2007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시위 참가, 2005년 통일연대 대표로 오종렬ㆍ허세욱 등과 한미FTA 반대운동 등에 참여하다가 2007년부터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으로 있다.
지난 6월에는 정부의 방북 승인도 받지 않고 비밀리에 중국을 경유 북한 대사관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 입북 후 그의 행적은 조선중앙통신이 방송한 바에 의하면, “남조선의 통일인사 한상렬 목사가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와 혁명사적지를 답사했다.”, “한 목사가 백두산 밀영 고향집을 방문해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서 항일대전의 총포성을 자장가로 들으시며 성장하신데 대한 해설을 들으면서 사적물들을 돌아보았다.”, “백두산 밀영 고향집에 이어 삼지연 대기념비, 무산지구 전투승리 기념탑, 사자봉 밀영, 신사동 혁명전적지 등을 방문했다.”며 “신천 박물관(북한이 6.25 당시 미군에 의한 대량학살을 주장하며 반미정서 고취를 위해 1960년 설립한 곳이라 함)을 둘러본 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 관계자들과 상봉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남한에 있을 때의 사진들은 모두 투쟁하는 혁명전사 모습뿐이었는데 북한에 가서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은 여성 동무들 때문인지 모두 웃음 띤 모습이란 사실이다.
아무튼 필자는, 객관적으로 볼 때, 그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을 버리고 국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그의 방북에 대해 “한 목사는 신앙양심과 민족양심을 실천하기 위해 ‘6ㆍ15 정신 계승’을 위해 방북한 것”이라 하였지만, 신앙양심은 한상렬 목사 한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민족양심도 한상렬 목사 한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소원도 ‘통일’이다. 그렇다고 국민 모두가 한상렬 목사처럼 행동한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혼자만 통일을 바라는 것처럼 국법을 무시하고 입북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또 용납되어서도 안 된다. 그 누구도 국가와 법 위에 설 수는 없다.
그런데 그가 이번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올 예정이란다. 갈 때는 정부 몰래 비밀리에 중국의 북한대사관을 통해서 가고 올 때는 판문점을 통해 무슨 개선장군이나 된 것처럼 들어오겠다는데, 국가 기관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와 국정원은 국법을 무시하고 입북(入北)한 그가 판문점을 통해 귀국하는 것을 그대로 허용하며, 기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 조사한다는 방침이라니 도대체 이 나라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법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이는 북한에서 노리는 대로 그를 영웅이나 순교자로 만들고, 남한 내 진보 좌익 세력과 보수 우익 세력의 더욱 치열한 대결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그는 단지 대한민국을 부인하고 국법을 어긴 한 사람의 분명한 범법자일 뿐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상렬 목사가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입북을 했으니 그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북한에서 살든지, 굳이 귀국을 하겠다면 판문점이 아닌 갔던 길로 되돌아오게 해야 하며, 매스컴들도 그에 대한 기사를 일체 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관심이니까.
(시인, 예술촌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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