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 1908~1967)은 경남 통영 출신의 시인이다. 한창 깊이 있는 시를 쓸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내가 그의 시를 좋아하는 것은 시풍이 대륙적인데다 남성적인 기백이 깃들어 있는 점에서다. 산행할 때나, 잠 들기전 가끔 읊조리곤 하는 그의 시 ‘행복’을 옮겨 쓴다. ........ 행복(幸福)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느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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