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 해 150억달러 안팎인 한·인도 간 교역을 2014년까지 300억달러까지 늘리는 데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올해 초 두 나라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라 할 수 있는 '한·인도 포괄적(包括的)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된 것을 토대로 양국 교역(交易)을 대폭 늘려나가기로 한 것이다. 두 나라는 이날 한·인도 정보기술(IT) 협력, 과학기술 협력 프로그램,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협력 등 3개 분야의 양해각서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인도는 우리에게 여러 면에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며 "인도가 가진 잠재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 많은 12억 인구에, 세계 7위의 국토 면적, 세계 4위의 구매력을 갖춘 거대 시장이다. 인도는 2000년대 들어 중국과 더불어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 경제 파워로 떠올랐다. 인도를 대한민국의 주요한 경제 거점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국가 전략 차원의 과제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모두 380개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인도 가전(家電)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도 현지에서 연간 60만대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1%다. 인도의 진정한 힘은 세계적 수준에 이른 우주·항공, IT, 의학, 기초과학 분야 기술력이다. 인도는 무인 달 탐사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의 36%,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 34%가 인도 출신이다. 한국은 휴대폰·반도체·가전·조선·자동차·철강 등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과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시킬 수 있는 모델을 함께 찾는 게 중요하다.
인도는 세계 문명의 발상지(發祥地)라는 자부심이 강한 다(多)인종·다종교의 나라다. 미국·일본·유럽 기업 상당수가 이런 인도의 문화와 전통을 잘못 알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봤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연간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중앙 정부와의 협의를 끝내고도 지방 정부, 현지 주민과의 토지 보상문제에 걸려 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도가 대한민국에 기회의 땅'이 되려면 '한국 역시 인도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호혜(互惠)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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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韓)·인도 '원자력 협정' 추진… 원전(原電)시장 진출 길 열어
- 입력 : 2010.01.26 03:04
양국 정상회담서 경제협력 확대 합의
2014년 교역액 300억弗 작년 대비 3배 규모로
산업단지·포스코공장 등 한국기업 전진기지 조성
이명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25일 오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2004년 맺은 '장기적 협력 동반자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키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관계 격상을 계기로 지난해 122억달러 규모였던 양국 교역액을 2014년까지 300억달러로 늘리는 등 경제·통상 협력을 확대하고, 정치·안보, 과학·기술, 사회·문화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히기로 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총 31개 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두 정상은 양국 외교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키로 했으며, 방산군수공동위원회를 열어 군사 장비의 생산과 연구개발에서의 공동합작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도가 수주하려는 공군 기본훈련기에 한국형 KT-1 60대(총 5억달러)의 입찰 참여를 올해 내에 추진키로 했으며 최종 선정은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두 정상은 특히 한국 기업들이 인도 원자력발전소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양국 간 원자력협정 체결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이 "내가 (현대건설 근무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을 책임지고 건설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자신한다"고 하자, 싱 총리는 "한·인도 정부 간 원자력 협정 체결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한전과 인도원자력공사는 인도가 부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원전을 건설하는 공동개발협정(JDA) 체결에 이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쌍수 한전 사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 수행 경제인들의 조찬 간담회에서 "오늘 정상회담에서 정부 간 협정 체결 문제를 짚어주면 2~3개월 내에 개발협력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는 원전 17기를 보유하고 있고 6기를 건설 중이며 2020년까지 20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 ▲ 3D TV 시청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 시각) 뉴델리의 타지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ICT 로드쇼에 참석, LG전자의 3D TV를 시청하고 있다./뉴델리=최순호 기자 choish@chosunmcom
이와 함께 인도 몇몇 곳에 한국산업의 '전진기지'가 들어서게 됐다. 오릿사주에 건설을 추진 중인 포스코의 일관 제철소 공장과 관련, 이 대통령이 "이 프로젝트가 원활히 이행되면 오릿사주가 거대한 산업도시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하자 싱 총리는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챙기겠다"고 했다. 두 정상은 또 구자라트주의 한국산업단지(100만평 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IT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양측이 각각 250만달러를 내서 소프트웨어 협력 재단을 만들기로 했으며 이 재단을 통해 인력교류와 공동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도의 컴퓨터 전문가, 엔지니어, 영어보조교사 등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와이브로 협력 확대, 한국 시중은행 지점 개설 등 한국 기업들로부터 요청받은 민원을 적극적으로 꺼내 싱 총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싱 총리는 한국이 아시아의 등불이 돼야 한다는 타고르의 시를 인용하면서 "한국의 빛은 21세기 동아시아 시대에 한층 더 빛날 것이다. 오늘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