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은 수능에 거의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학교는 (학원을 못 가게 하려고) 무조건 저희를 붙잡아놓기만 해요."
지난 22일 자정 무렵
서울 목동의 한 오피스텔 과외방에서 과외를 받고 귀가하던
S양(A고교 3학년)은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학교에서 바로 과외방에 왔는지 교복 차림이었다.
S양에 따르면, A고교는 올 1학기부터 "대학입시를 학교에서 책임지겠다"며
학생들에게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강제로' 시키고 있다.
여름방학이 됐지만 S양을 비롯한 전교생이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공교육이 책임지겠다'는 학교측 의도는 좋았으나, 학교 수업이 학원보다 못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S양은 "고3은 시간이 얼마 없어 유명 학원 강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에 시간을 빼앗기는 바람에 주말에 10시간씩 학원에 있는데 힘들어 죽겠다"라고 했다.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기자가
서울 대치동·목동·중계동의 과외방을 취재하면서 만난 학생들은
모두 "학교 수업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과목수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미래형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해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기술·도덕 줄어드는 건 좋겠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어요.
어차피 학교에선 자고 학원에서 공부할 텐데요."(서울 강남구 K고 1학년 김모양)
지난 24일 발표된 '미래형 교육과정'에 대해 정부는 "학생의 부담이 줄 것"이라고 한 반면,
일부 교사단체들은 "국·영·수 입시 부담만 커진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정작 수요자인 학생들은
"이미 '학교 밖'에서 밤새도록 국·영·수만 공부하니 달라질 것은 없다"며
"양쪽 다 틀렸다"고 했다.
학교 교과과정 따위는 학생들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학교가 학원보다 못 가르쳐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서울 상계동 S고 2학년 선모양)이었다.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에 여념 없지만, 공교육은 아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입시 현장의 학생들은 아직도 학교보다 학원을 더 믿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오현석·사회정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