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을 금해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과 더불어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재이지만 공교육이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 인해 대체재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그러므로 사교육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방법은 공교육 즉, 학교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것이 좋다.
첫째, 수능의 비중이 높은 현행 대학입시의 구조를 바꾸어 수능의 비중을 줄이고, 특별활동과 사회봉사 등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도록 한다. 우리의 대학입시는 수능이 60% 이상을 차지하므로 학생들은 수능점수를 올리기 위해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대학의 입학전형에서는 학교간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수능점수에 해당하는 SAT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체로 20-30%, 고교 성적이 40-50%, 특별활동과 사회봉사 등이 20-40% 정도이다. 미국에서는 모든 고교의 학력수준이 공개되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고교 성적이 많이 반영된다. 우리도 고교의 학력수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면, 고교 성적 즉, 내신의 반영 비율이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수능의 반영 비율이 내려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함께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그리고 학생의 인성과 잠재 능력, 사회에 대한 봉사 가능성을 더 많이 고려할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제도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단위학교가 자율시스템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학교는 수많은 지시와 통제가 작동하고 있는 타율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자율시스템이 작동하는 학원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즉, 교장과 교사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율 공립학교가 늘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교육의 자율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사립학교를 평준화정책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사립학교는 사교육과 경쟁하여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공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셋째, 공사립을 막론하고 규모가 작은 기숙학교(boarding school)를 최대한 늘이는 일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명품교육은 기숙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숙학교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특별활동은 물론 사회성, 인성교육 등 전인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기숙학교는 400명 정도의 규모가 적합하기 때문에 학교의 규모를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 규모가 작은 기숙학교의 운영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앞으로 명품교육만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현재와 같은 사교육의 부담과 폐해를 고려하면 비용보다 효과가 크다. 고등학교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중학교까지 운영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의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