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기념일, 아침을 먹고 조간 신문을 뒤적여 6.25 관련 기사들을 섭렵하였다. 장충체육관에서 기념식이 있었고,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행사들이 있었다. 그중 나는 전쟁 기념관에서 있는 삼군의장대 사열을 가 보기로 작정하였다. 6.25, 나는 아무래도 6.25 세대인 것만 같다. 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나는 겨우 6살이었다. 이 전쟁에 참전한 것은 아니지만 흐릿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자신을 6.25 세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는 6.25 관련 장편 소설을 두 편 썼다. <두 아내>(찬섬 출판사)와 <바람의 여인>(실천문학사 간행)이 그것이다. 장편 치고도 페이지수가 많은 편에 속한다. <두 아내>는 상,하권으로 되어 있다.이 소설은 불어로 번역되어 프랑스에서 출판되었다. 한 사람의 작가가 같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두번이나 장편소설을 쓴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상 앞에 앉아서 새로운 소설을 구상할랴 치면 언제나 먼저 6.25를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이 전쟁을 모티브로 해서 사건을 만드는 자신을 보고 놀라게 된다. 남들은 이런 나를 보고 이제 6.25 이야기를 그만 하라고들 한다. 좀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써야한다고 우정어린 충고를 한다. 옳은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처참한 전쟁을 추억하고 되새기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한가. 자라나는 세대들은 사실, 우리 세대가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의식수준으로 이 전쟁을 의식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그것은 역사 속의 하나의 사건에 불과할 뿐이다. 프랑스의 출판사들은 한국번역원에 의해 출판이 의뢰되는 한국 소설들이 거의 대부분 6.25 관련 소설들이라 참으로 난처해 한다는 것이다. 현재적 삶의 기쁨과 좌절, 그리고 희망을 그리는 것이 프랑스 소설의 대종이다. 우리가 보아도 프랑스 소설가들이 2차대전 이야기를 계속 쓴다면 물릴 것은 자명하다. 그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그 지긋지긋한 전쟁 이야기는 그만 쓰라고 충고하고플 것이다. 하고많은 인간사 왜 하필 전쟁 구석만 파헤치나. 전쟁 기념관엘 다녀오고 나서, 미루어 좋았던 최근에 청탁된 소설들 중 하나를 구상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시금 이 6.25를 가지고 사건을 만드는 자신을 재발견하였다. 정말 나는 이 전쟁을 작품 속에서 잊어야 하나, 계속 꼽씹어야 하나.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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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대사대 부중고1215회 동기회
글쓴이 : 정소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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