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體育. 演藝分野

박지성 주단 깔아주니 남북 나란히 본선에

鶴山 徐 仁 2009. 6. 18. 10:25

한반도에는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긴장이 높지만 적어도 축구에서만은 남북이 하나가 됐다.

전날 밤 박지성의 후반 36분 극적인 동점골로 한국이 이란과 1-1로 비기면서 20년 만에 예선을 무패로 통과한 것이 북한의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과 사상 첫 남북 동반 진출에도 큰 밑거름이 됐다.18일 새벽 3시(한국시간) 리야드의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킥오프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B조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은 거칠게 90분 내내 몰아붙인 사우디의 공격을 철조망 수비로 차단하고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북한과 사우디는 나란히 3승3무2패(승점 12)를 기록했지만 골득실(북한+2, 사우디0)에서 북한이 앞서 한국에 이어 조 2위를 확정, 남아공 직행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

한편의 드라마였다.전후반 통틀어 7점 정도 실점할 수 있는 경기를 골키퍼 리명국의 슈퍼 세이브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진의 철조망 수비로 차단해낸 귀중한 무승부였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홈 팬의 응원에 주눅 들었는지 북한은 전반 내내 밀렸다.정대세를 최전방에 내세우고 3-5-2 진형을 갖춘 북한은 전반 5분 날프 하자지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공격수가 머리에 맞혔으나 골키퍼 리명국이 잡아내 첫 실점 위기를 넘겼다.17분에도 수비진의 패스미스를 가로챈 알 콰타니가 아크서클 근처에서 땅볼 슛을 굴렸으나 역시 리명국의 정면으로 향해 북한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3분 뒤에도 리명국과 북한 수비수가 뒤엉켜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해 골라인 쪽으로 향한 공을 사우디 공격수가 머리로 밀어넣었으나 최종 수비가 간신히 걷어냈다.

아예 골문을 걸어잠그면서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북한은 전반 30분 하자지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라인 근처에서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연결,북한 골문 오른쪽을 겨냥했으나 리명국이 또다시 몸을 날려 잡아내는 선방을 펼쳤다.

내내 몰리던 북한은 34분 정대세가 후방에서 날아온 패스를 잡은 뒤 드리블 수비수 셋을 앞에 두고 정확히 사우디 골문 왼쪽을 겨냥한 강력한 슛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가 간신히 걷어내 선제골 기회를 놓쳤다.

후반 킥오프하자마자 북한은 또다시 가슴 철렁한 순간을 넘겼다.알 콰타니가 골지역 바로 앞 1대1 상황에서 날린 슛을 리명국이 또다시 걷어낸 것.그러나 후반 중반으로 접어들며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북한은 16분에 박남철이 날린 중거리 슛이 왈리드 압둘라 골키퍼의 손끝에 걸려 기회를 날린 데 이어 28분 사우디의 크로스가 북한 선수 팔에 맞고 굴절됐는데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는 행운까지 겹쳤다.

북한은 철저히 공 점유율을 높이면서 어떻게든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려 했고 정규시간이 지난 뒤 추가시간 5분에도 사우디는 세 차례 정도 득점 기회를 날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북한도 추가시간 단 한 번의 역습 기회에서 김금일이 찬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땅을 쳤고 교체투입된 김영준이 고의성 짙은 파울로 퇴장당하면서 어려움을 맞았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견뎌내고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감격을 만끽했다.

사우디는 조 3위로 처져 A조 3위를 확정한 바레인과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러 승리한 팀이 오세아니아 1위인 뉴질랜드와 마지막 남은 티켓 한장을 놓고 격돌한다.A조에선 호주와 일본이 각각 1,2위로 본선 티켓을 얻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9-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