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鶴山 徐 仁 2009. 4. 21. 11:29







         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 이 외 수-                   
     


    그대여 어느날 갑자기 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헐벗은 가로수들 다리를 절름거리며 떠나는 도시

    결별한 사랑 끝에 날이 저물고 어디로 갈까

    그대 상실한 젊음 황사바람에 펄럭거릴 때



    홀연히 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생금가루 같은 햇빛 자욱하게 쏟아지는 어느 초여름

    낯선 골목의 아늑한 양옥집 장미넝쿨 그림자 드리워진 담벼락에 비스듬히 어깨를 기대고

    그대 진실로 그리운 사람에게 엽서를 쓸 때



    예전에 못다한 말들이 되살아나서 돌아오라

    돌아오라

    망초꽃 수풀처럼 안타깝게 흔들리고 저 깊은 시간의 강물 가득 달빛이 부서질 때



    이 세상 모든 이름들이 노래가 되고

    이 세상 모든 눈물들이 노래가 되고

    이 세상 모든 소망들이 노래가 된다지만



    한밤중 먼 여행에서 돌아와 지친 다리를 끌며
    그대 홀로 불꺼진 방으로 들어설 때



    문득 가을숲을 스쳐가는 바람소리

    그대 허전한 발밑으로 우수수 빌어먹을 고독이 가랑잎처럼 떨어져 내릴 때



    그래 그럴 때


    온 세상 음악이 모두 죽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바다도 적막하고 하늘도 적막하고 몸부림도 적막하고 통곡도 적막하고

    적막한 시간 속으로 부질없이 그대 허망한 인생만 떠내려 간다면



    얼마나 슬플까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