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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너 경찰이지" 집단폭행 … 주말 도심 무법천지

鶴山 徐 仁 2009. 3. 11. 09:58

"너 경찰이지" 집단폭행 … 주말 도심 무법천지
대부분 '촛불' 단골 단체들
뺏아간 지갑은 다음날아침 6만원·신분증 없이 발견돼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8일 서울 경찰병원에 입원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강모(42) 경사를 부인이 간호하고 있다. 강 경사는 불법 시위대에 맞아 눈 주변이 찢어지고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토요일인 7일 밤, 서울 도심 곳곳이 무법천지로 변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집회를 벌인 시위대 500여명(경찰 추산)은 20~200명이 몰려다니며 이날 밤 11시까지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철거민연합·명박퇴진·민주노총·사회당·진보연대 등 29개 단체의 깃발이 등장했다. 경찰은 "대부분 작년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 현장을 끝까지 지켰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동대문→종로 방향 4차선 도로 ▲지하철 5호선 영등포구청역 등 네 곳에서 수적으로 열세인 경찰을 에워싸고 마구 때리는가 하면 무전기 7대를 빼앗았다. 경찰은 이 중 3대를 되찾고, 나머지 4대는 기능을 정지시켰다.

7일 밤 9시 서울역 승강장

이날 밤 9시, 박모(36) 경장 등 서울지방경찰청 제5기동대 소속 경찰관 30여명이 1호선 서울역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시위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한다는 무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시위대 100여명이 "너희들 경찰 아니냐. 사복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정모(31) 순경을 붙잡았다. 박 경장 등 다른 경찰관 2명이 정 순경을 구하려다 줄줄이 폭행당했다. 박 경장은 "몰매를 맞다가 누군가가 '그렇게 때리면 죽는다'고 말리는 틈에 도망쳤다"고 했다.
밤 9시10분 동대문역 6번출구

같은 시각, 또 다른 시위대 30~40명이 동대문역에 내렸다. 밤 9시10분쯤, 혜화경찰서 정보보안과 박모(36) 경사가 "시위대 인원을 확인하라"는 무전을 받고 동대문역 6번출구로 내려가다 시위대에 에워싸였다. 시위대는 박 경사의 무전기를 빼앗고 10분간 발길질을 했고, 누군가 박 경사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빼갔다. 박 경사가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있을 때, 동대문역에서 도보 1~2분 거리인 옷가게에 회색 점퍼를 입은 남자가 들어와 박 경사의 카드로 15만4000원짜리 감색 점퍼를 샀다. 곧이어 이번에는 감색 점퍼를 입은 남자가 옷가게 인근 편의점에서 같은 카드로 2만5000원어치 담배 한 보루를 샀다.

박 경사는 휴대폰에 카드 사용 내역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하자 카드를 정지시킨 뒤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박 경사의 지갑은 8일 오전 7시 50분쯤 종로5가역 승강장에서 현금 6만원과 경찰 신분증이 없어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편의점 CCTV 화면을 분석해 박 경사의 카드를 사용한 남자가 용산 사태와 관련, 주말마다 벌어진 시위에 상습적으로 참가한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밤 9시20~50분 동대문→종로 방향 4차선 도로

이 무렵 지상에서는 시위대 200여명이 동대문→종로 방향 4차선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 혜화서 최문용(52) 정보보안과장과 방범순찰대 100여명 등이 시위대를 인도 위로 밀어 올리려 했으나 수적으로 우위인 시위대가 오히려 경찰을 밀어붙였다. 최 과장을 포함한 경찰관 2명과 김모(24) 수경 등 방순대 소속 의경 8명을 마구 때리고 무전기 4대를 빼앗았다. 목격자 이모(여·64·호프집 주인)씨는 "수백 명이 몰려서 차도를 점령하는 바람에 차들이 못 다녔다"고 했다.

밤 10시40분~11시 영등포구청역

시위대는 이어 영등포 민주당사로 향했다. 영등포경찰서 경비과 김모(26) 순경은 시위대 동선을 살피다 영등포구청역 4번출구 앞에서 시위대 20여명과 마주쳤다. 마스크를 쓴 시위대 5명이 김 순경을 꿇어 앉힌 뒤 무전기 2대를 빼앗았다. 이들은 김 순경을 6차선 도로 가운데로 10여m쯤 끌고 가다가, 112 신고를 받고 순찰차가 출동하자 김 순경을 놔두고 문래동 쪽으로 달아났다. 비슷한 시각, 강모(42) 경사 등 서울지방경찰청 제6기동대 30여명이 영등포구청역 인근의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시위대 200여명과 대치했다. 경찰이 스크럼을 짜고 압박을 해오자 시위대는 밀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강 경사의 헬멧을 잡고 끌고 가며 마구 때렸다. 강 경사는 오른쪽 눈 밑이 3cm쯤 찢어지고 오른쪽 광대뼈와 코뼈가 부러져 여의도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했나

이날 도심을 휩쓴 시위대는 200명 안팎에 불과했다. 이들이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것도 아닌데, 왜 경찰은 시위대에 잇따라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것일까. 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32개 중대 3200여명을 배치했다. 이전(80개 중대 8000~9000명)에 비하면 절반이 안 되는 규모다. 경찰은 "초기에 3000여명 선이던 시위대가 최근 500명 정도까지 떨어져서 병력 배치를 줄였다"고 했다.

반면 시위대는 즉흥적으로 행로를 바꿔가며 지하철을 타고 시내 곳곳에 나타나는 작전으로 수적인 열세를 만회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사복형사들을 붙였지만, 이들은 사복형사들을 금세 알아채고 무전기를 빼앗았다. 시위대에 폭행당한 영등포경찰서 김 순경은 "시위대 중에 마스크를 쓰고 귀에 무전기 리시버를 꽂은 사람이 시위 상황을 어디론가 계속 보고했다"고 했다.
  • ▲ 지난 7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10여명을 집단 폭행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경찰병원에서 전날 시위대에게 집단 폭행당해 부상당한 강봉두 경사와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입장을 밝혔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입력 : 2009.03.09 03:41 / 수정 : 2009.03.09 0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