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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몰래 과외 공부 비법

鶴山 徐 仁 2008. 12. 20. 12:06

» 정치인의 ‘몰래 과외’ 공부 비법도 제각각

호기심형 이명박-예복습형 박근혜
원리탐구형 노무현-활자광 정몽준

 

사교육이 나라를 좀먹는 근심거리라는 얘기에, 대다수 정치인들이 고개를 끄덕일 테지만, 정작 사교육에 가장 목말라하는 직업군이 정치인이기도 하다. 특히 국가 지도자급 인물이라면, 교육·사회·복지·외교·경제 분야의 주요 현안들을 꿰고 있어야 할뿐더러 국정 운영의 큰 틀을 짤 수 있는 역량을 요구받는다. 이런 능력을 가장 효율적이고 압축적으로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과외공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자기 몸에 맞아야 하는 법. 공부 방식도 ‘학생’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유력한 예비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예·복습 철저형이다. 지난해 경선 때 자문을 맡았던 남덕우 전 총리,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 전문가 그룹과 만남을 이어오며 ‘열공’ 중인 박 전 대표는 일단 보고서나 논문을 챙겨 열심히 읽은 뒤 궁금한 점을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한 측근은 “공부해야겠다고 맘먹은 자료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꼬깃꼬깃해진 문건을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더욱이 박 전 대표는 밤 9시만 되면 집에 재깍 들어가는 ‘조기 귀가형’이어서 철저한 예·복습 시간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다소 ‘범생스러운’ 진지한 태도는 국정감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박 전 대표는 포럼 등에서 공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두툼한 자료를 준비해 미리 형광펜으로 주요 질의내용을 밑줄 쫙~ 그은 뒤 계속 들여다보다가, 차례가 돌아오면 선생님께 질문하는 학생처럼 허리를 곧추세우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또 한 명의 예비 대선주자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활자광이다. 그의 보좌관은 “바쁜데도 신문·잡지·책·보고서·논문 등 하루에 서너 시간씩 활자를 대하며, 중요한 내용은 늘 수첩에 메모해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적인 ‘선생님’은 한승주 전 주미대사로, ‘정몽준 싱크탱크’로 알려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주로 외교안보 분야를 조언해 준다.

 

이미 대선주자 시절을 겪은 대통령들 중에는, 실무적인 데 관심을 갖는 이명박 대통령과 근본 개념에 주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태도가 비교된다. 대선주자 시절 이 대통령의 과외 스타일은 자기 주도 학습형에 가까웠다. 오랜 시이오(CEO) 생활로 ‘보고와 지침’에 익숙한 탓인지, 상대방의 브리핑을 압축적으로 듣고, 끝까지 질문을 던지며 확인·점검한다. 그의 한 측근은 “가령 2시간 동안 공부를 하면, 브리핑을 10분 듣고 1시간50분 동안 질문한다”며 “질문 내용도 매우 실무적이며 구체적 수치까지 파고든다”고 말했다.


왕성한 학습욕을 가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근본주의형이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어떤 문제를 다루든 근본 개념과 원리를 탐구하는 책을 먼저 갖다놓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의외로 돌출발언이 잦은 것과는 달리 질문을 많이 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얘기를 듣고 의문이 나는 것을 조금씩 묻는 식이라고 한다. 정태인 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은 “그러나 이해력이 빠르고 재조합 능력이 뛰어나 자기 논리에 따라 한번 결정한 것은 누구도 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는 것 많은’ 대통령으로 꼽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엔, 특별한 자문 교수단이 없는 검정고시형에 가까워서, 각종 보고서를 읽은 뒤 취사선택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현안 공부에 주로 몰입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꾼’이라고 일컫는 칼 로브(조지 부시 대통령의 전 백악관 부실장)도 역사에 매우 조예가 깊다”며 “현안 중심으로만 공부하는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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