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두 사람만의 아침/ 류시화

鶴山 徐 仁 2008. 10. 26. 08:52

    두 사람만의 아침
     
                / 류시화


    나무들 위에 아직 안개와
    떠나지 않은 날개들이 있었다
    다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었다 오솔길 위로
    염소와 구름들이 걸어왔지만
    어떤 시간이 되었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여기 이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한때 한없이 투명하던 것들
    기억 저편에 모여 지금
    어떤 둥근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들
    그리고 한때 우리가 빛의
    기둥들 사이에서 두 팔로
    껴안던 것들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한때 우리가 물가에서
    귀 기울여 주고받던 말들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고

    새와 안개가 떠나간
    숲에서 나는 걷는다 걸어가면서
    내 안에 일어나는 옛날의 불꽃을
    본다 그 둘레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숲의 끝에 이르러
    나는 뒤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