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34) 강원도 오대산

鶴山 徐 仁 2008. 10. 17. 20:03

오대산은 규모 면에서,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는 몇 안 되는 국립공원 중의 하나다. 노인봉, 진고개, 동대산, 두로봉이 연이어지며 백두대간을 이루고 있고, 대간의 두로봉에서 큰 가지 하나가 갈라져 나와 북대령,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으로 솟구치며 오대산의 큰 뼈대를 형성한다. 능선들 사이사이에는 소금강계곡, 신선골, 동피골, 조계골, 개자니골, 아홉사리골 등 수많은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만 하더라도 300여 ㎢에 달하므로 지리산, 설악산국립공원 다음으로 넓은 산악공원이며 한라산국립공원보다 2배쯤 넓다. 높이에서도 상봉 비로봉의 높이가 1563m로 국립공원 중에서는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높다.

람사르습지로 등록

고도가 높은 능선들, 끝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계곡들을 품은 오대산은 식물이 자라기에 알맞은 조건을 애초부터 갖추고 있는 셈이다. 몇몇 골짜기들은 아직도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 채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원시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며칠 전에는 질뫼늪, 소황병산늪, 조개동늪을 포함한 ‘오대산국립공원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었다.

오대산은 넓고 깊은 산세에 걸맞게 수많은 식물을 키워내고 있다. 숲만 헤아려 보아도 신갈나무군락, 소나무군락, 굴참나무군락, 피나무군락, 고로쇠나무군락, 당단풍나무군락, 사스래나무군락, 서어나무군락, 자작나무군락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대표하는 숲일 뿐만 아니라,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숲 중의 하나이므로 의미가 더욱 크다. 해발 13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볼 수 있는, 사스래나무가 간간이 섞인 가운데 전나무, 주목, 잣나무, 가문비나무 등을 주종으로 이루어진 침엽수림은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녹지자연도(綠地自然度) 9등급에 해당하는 극상림으로서 남한에서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860여 종류 식물 ‘보고´

 

오대산에는 86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지대에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만병초, 산마늘, 한계령풀 등을 비롯하여, 고산식물인 금강애기나리, 꽃개회나무, 두루미꽃, 연령초 등이 발견된다. 이밖에도 감자난초, 관중, 광대수염, 꿩의다리아재비, 노랑제비꽃, 눈개승마, 눈빛승마, 단풍취, 동자꽃, 미나리냉이, 박새, 산꿩의다리, 송이풀, 요광나물, 은방울꽃, 촛대승마, 풀솜대, 터리풀, 투구꽃, 광대수염, 회나무 등의 풀과 노린재나무, 당단풍나무, 마가목, 매발톱나무, 물참대, 복자기, 붉은병꽃나무, 산개버찌나무, 산앵도나무, 생열귀나무, 시닥나무, 야광나무, 전나무, 피나무, 층층나무 등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갈퀴현호색, 금강초롱꽃, 금마타리, 누른종덩굴 같은 우리나라 특산식물들도 자라고 있다.

깊고 넓은 산세… 수많은 계곡 품어

오대산 고지대 능선은 고도가 높은 능선이면서도 초원이나 바위지대로 되지 않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들어찬 숲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상왕봉과 비로봉 일대의 능선에는 피나무, 신갈나무, 주목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한여름 산행에 나서더라도 이 숲이 만들어내는 짙은 그늘이 있어 더위를 잊고 산행할 수 있을 정도다.

고도가 조금 낮은 숲 속에는 함박꽃나무, 노루오줌, 까치밥나무, 백당나무, 고광나무, 등칡, 다래, 물참대 등이 자라고 있다. 월정사 일대의 저지대에는 전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아름드리 전나무 100만여 그루가 250여만 평에 숲을 이루어 자라고 있고, 이곳에는 큰스님들의 부도도 놓여 있어 숲과 사람의 조화를 실감하게 한다.

오대산 꽃산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이 전나무숲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푸름을 간직하고 있으므로 언제 찾아가 보아도 좋다. 전나무숲을 먼저 보고 나면 오대산 어느 곳을 찾아가 식물을 즐겨도 좋다. 상원사에서 넓은 길을 따라 북대령까지 꽃을 보며 오른 후에 주릉을 타고 비로봉을 향해 가도 좋고, 북대 미륵암에서 상왕봉을 거쳐 비로봉까지 걸어 보아도 좋다.

이맘때 오대산에서는 단풍 숲 속에서 익어가는 여러 가지 열매를 만날 수 있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한층 더 붉고 탱글탱글해 보이는 백당나무의 열매, 노란 껍질이 벗겨져서 붉은 속살을 드러내는 노박덩굴의 열매를 비롯하여 노란 개다래 열매, 빨간 보리수나무 열매, 푸르고 까만 댕댕이덩굴 열매 등이 가을이 결실의 계절임을 증명해 보여준다.

아직 남아 있는 풀꽃들도 더러 있다. 개쑥부쟁이가 길가 양지에서 제철인 양 꽃을 피우고 있고, 숲 속에는 미역취가 아직껏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고려엉겅퀴, 산구절초, 수리취 같은 가을꽃들 중에서도 늦깎이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운이 좋으면 8월 하순에 첫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던 좀개미취의 마지막 남은 꽃도 볼 수 있는데, 북방계식물로서 남한에서는 매우 귀한 식물이다. 절정을 이룬 단풍 숲길을 거닐며 익어가는 산열매들과 함께 늦깎이 꽃들을 만날 수 있는 때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2008-10-18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