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야적장이 포화 상태여서 최대 열흘 정도 버티겠지만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5년전과 같은 물류대란까진 가지 말아야 하는데….”(부산 감만부두 간부)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13일 오후 2시 감만동 신선대부두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가진 부산항에는 하루종일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파업 첫날이기 때문인지 과격한 행위 등 우려되는 움직임은 없었다. 쌓여있는 육중한 컨테이너 모습만이 향후 파업과정에서의 ‘험난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산항은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75%를 처리하는 곳이어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가장 먼저 피해가 예상돼 파업 향배가 주목되는 곳이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 파업때는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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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출정식은 조합원들이 “유가 인하”,“운송료 인상”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시작됐다. 오전부터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사이 도로에는 컨테이너 차량 100여대가 시위하듯 늘어서 파업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부두의 주요 도로인 남구 우암로 4차선 도로에는 화물차량도 눈에 띄지 않았다.
부산항을 오가는 컨테이너 차량은 3081대로 이 가운데 화물연대 가입차량은 3분의1가량인 960여대로 파악되고 있다. 전창갑 화물연대 부산지부장은 “전 근대적인 물류체계를 개혁하고 화물운송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한 해결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협상 결렬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출정식을 마친 이들은 신선대·감만부두 주변에서 가두시위를 한 뒤 오후 7시 서면 쥬디스 태화백화점 옆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예상대로 자발적 참가자와 비조합원이 많았다. 비조합원인 김모(58)씨는 “2003년 첫 파업때에는 동참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여서 적극적으로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항 부두 운영선사들은 파업이 시작되자 “올 것이 왔다.”며 화물연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번 파업은 2003년과 2006년 때의 파업과 달리 노조원들의 조직적 파업에다 비노조원이 가세하는 생계형 파업이어서 피해 규모와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 관계자들은 “부산항 마비 등 전국적 물류대란은 예전의 ‘7∼10일’에서 ‘3일’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반영하듯 부산항에는 평소보다 반입·반출 물량이 크게 줄었고 야적장에 설치돼 있는 대형 트랜스퍼 크레인(컨테이너를 적정 위치에 놓아주는 크레인) 가동률도 10%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이날도 부두마다 빈공간(야적장)을 확보하려고 반출 물량을 늘리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현재 부산 북항 13개 부두(컨테이너 전용터미널 5개, 일반부두 8개)의 장치율은 평소의 60∼90%로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더 이상 컨테이너를 쌓아둘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부두 야적장에는 컨테이너 화물이 최고치인 4단까지 켜켜이 쌓였다.
하루 6000∼7000개의 수출입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감만부두는 파업에 대비해 지난 10일부터 평소보다 10∼20% 반출 물량을 높였으나 이날은 거의 정지된 상태였다. 감만부두 강현구 소장은 “현재 컨테이너 야적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운 60%로 적정 수준인 50%를 넘어섰다.(파업으로 화물이 반출되지 않을 경우) 최대 열흘 정도 버틸 수 있으나 그 이상은 무리”라며 물류대란을 걱정했다.
부산시 등은 이번 총파업으로 컨테이너 화물의 하루평균 수송 차질은 평상시의 2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시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고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