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아침논단] 보수가 떠나고 있다

鶴山 徐 仁 2008. 6. 3. 19:23

찾아보면 '깨끗한 보수'가 왜 없겠는가
혼자 힘으로 정권 이룬듯한 교만함에 환멸느껴

박효종·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 박효종·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째다. 100일의 의미는 각별하다. 만난 지 100일을 기념하여 커플링 반지를 교환하는 연인들이 있는가 하면, 자녀출생을 기념하는 100일 잔치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100일 잔치를 하고 싶은 마음일까. 반미주의자나 친북좌파 등, 대선 불복종주의자들이 정부정책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이 횡포를 부리는 것도 예견된 일이었다.

정작 심각한 것은 MB를 지탱해왔던 보수가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MB를 찍은 사람들 중 일부가 왜 촛불집회까지 나서는가. '독불장군'처럼 나가는 정부를 보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MB도 박수 받았던 때가 있었다. 대선 승리 후 일성(一聲)으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을 때다. 국민들의 반향은 흡사 천둥치듯 놀라웠고 그 힘으로 전봇대를 뽑을 수 있었다. 지금은 전봇대는커녕 촛불 하나 끄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힘이 빠진 것일까. 그는 대선에서 '올바른 국가경영'을 약속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매불망 바라던 화두였다. 그러나 MB는 대선 승리 후 자기 사람과 자기 캠프 출신만 썼다. 전형적인 '마이웨이'였다. 어느덧 '고소영·강부자'는 신판 코드인사의 대명사가 되었고, 새 시대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아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를 바랐던 보수주의자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그것이 오늘의 화를 키운 것이다. 보수 중에 '클린 라이트(clean right)'는 없는 것인가. 청와대는 변명했다. 인사목록을 샅샅이 찾아보았는데, '클린 라이트'가 없었다고…. 그 변명은 궁색함을 넘어 보수에 대한 모욕으로 들렸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고대 로마의 독재관이었던 킹키나투스처럼 평소에는 밭을 갈다가 국가가 부르면 헌신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깨끗한 보수'가 왜 없을 것인가.

취임 초 MB는 국민적 신뢰와 기대 등, 풍부한 '정치적 자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노름하다 밑천까지 털린 도박사처럼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그런 그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용을 제대로 할까.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출범한 지 100일밖에 안 되는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고, 탄핵을 하자는 주장에는 허무맹랑한 데가 있다. 결혼한 지 100일밖에 안 됐는데, 아이가 없다고 이혼하겠다는 철없는 남편의 황당함과 무엇이 다른가. 그럼에도 이러한 허무맹랑한 좌파의 공격이나 쇠고기 수입으로 불거진 절체절명의 위기에 보수주의자들이 우려와 탄식만 할 뿐 MB를 구하러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 뜨거운 태양 아래 아스팔트 시위까지 마다하지 않던 노병들이 나서지 않는 까닭이 궁금하지 않은가.

지금 뜻있는 보수주의자들의 마음이 많이 상해 있다. 10년 동안 풍찬노숙을 하며 오로지 반듯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한 가지 꿈을 갖고 '인동초(忍冬草)'처럼 그 어려운 세월을 견뎌온 게 보수다. 그런데 MB는 혼자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것처럼 자만했고 '독불장군'처럼 나갔다. 보수주의자들의 충고도 잔소리나 인사청탁 정도로 치부하는 교만함을 보였으니, 어떻게 어려울 때 도울 수 있을 것인가.

일찍이 트로이 원정을 떠나는 아가멤논 왕에게 고민이 있었다. 그리스 함대를 움직일 바람이 불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신탁(神託)'을 청했고 7살 된 자신의 딸을 희생하여 신의 노여움을 달랜다. 이제 MB도 자신의 사람들을 희생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도 나누고 책임도 나누라. 그것이 보수의 마음을 되돌릴 '한국판 델포이 신탁'의 명령이다.


 

▲ [조선만평] 2008년 6월 3일자 - 오늘 취임 '100일' 딱 부러지게 한 일 딱 두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