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비교. 통계자료

연봉 인상도 허사 "간호사 좀 없나요"

鶴山 徐 仁 2008. 6. 10. 13:58

병상 늘린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무더기 이동
최근 2년 서울만 수요 5000명 늘어
중소·지방병원들 연봉 인상도 허사
정부정책에 문제 '장롱면허'도 46%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경기도 중소 도시에 위치한 200병상 규모의 A병원. 신임 간호사가 구토나 위장장애에 쓰이는 젤 타입의 먹는 약물 '맥페란'을 주사기에 담아 환자의 혈관에 투여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얼마 뒤 환자는 토하고 열이 났다. 다행히 환자는 며칠 만에 회복이 됐지만 잘못 주사한 약물 용량이 많았다면 대형 의료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병원은 근래 들어 크고 작은 약물 투여 실수가 잇따르자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병원 일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간호사들을 병동 일선에서 관리 감독하는 중견 간호사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올해 초 이 병원의 중견 간호사 10명 중 3~4명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옮긴 바 있다. 현재 이 병원은 경력 간호사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과 중소병원, 간호사 못 구해 발 동동

인구 54만명인 경상남도 C시에 위치한 200병상 규모 B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간호사들이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원래 정상 근무는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지만 간호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이모 원장은 "지방의 대도시 간호사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겨가고, 그 빈 자리에 지방의 중소병원 간호사가 연쇄 이동했다"며 "남아 있는 간호사는 격무에 시달리고 환자들은 불편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올해 3~4년제 간호대학 출신 간호사 초임 연봉을 1600만~1800만원에서 2400만~2600만원으로 50% 이상 올려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방에서 간호사를 도저히 뽑을 수 없다는 것이 경영진의 말이다. 이 지역에서는 간호사 부족으로 병상 가동을 줄이거나 새 병상을 만들어 놓고도 운영을 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왜 간호사 부족 사태가 왔나

최근 2~3년간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병상을 대폭 증설하면서 대거 간호사를 채용하는 바람에 지방과 중소병원에 간호사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더 나아가서는 전국적으로 간호사가 수요에 비해 적게 배출돼 고령화 시대에 '간호 대란'이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652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여는 과정에서 지난해 경력 간호사 322명, 신임 간호사 230명 등 552명을 채용했다. 올해도 239명의 간호사를 새로 뽑았다. 서울아산병원은 772병상을 증축하면서 지난해 700여 명, 올해 400여 명 총 1100여명의 경력·신임 간호사를 채용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시립보라매병원 등도 대규모 병원을 새로 짓거나 병상을 늘리면서 간호사를 대거 뽑고 있다. 최근 2년간 서울에서만 최소 약 5000명의 신규 간호사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 경력 간호사와 지방대학 출신 간호사들이 주거 환경과 대우가 좋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대거 이동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간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양병원이 최근 급속히 늘어난 것도 간호사 부족 사태의 원인이다.

요양병원은 2005년 말 전국에 203개였으나 2008년 4월 619개로 늘었다. 3년 사이 3배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병원 수는 6.2%만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간호등급제'를 본격 시행한 것도 간호 인력 수급 차질에 불을 지폈다. '간호등급제'는 병상당 간호사를 많이 고용한 병원에 입원료를 올려주고 그렇지 않은 병원은 입원료를 최대 5% 깎는 제도로, 간호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경영여건이 좋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간호사 채용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중소병원은 간호사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중소병원의 85%가 입원료가 깎이는 최하 등급인 7등급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위해 전국 178개 관리운영센터 등에서 1028명의 간호사를 새로 채용했다. 낮 근무만 하는 정부 기관이라는 조건 때문에 기존 간호사들이 이곳으로 대거 몰렸다.

한편 학교 보건 교사 채용 기준이 강화되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향후 1~2년간 1000여명의 간호사들이 보건교사로 이동할 예정이다.

◆정부의 안이한 간호사 수급 정책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25만여 명. 하지만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는 그중 13만50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11만5000여 명은 결혼·육아 등의 이유로 병원을 퇴직한 상태다. 즉 전체 간호 인력의 약 46%가 이른바 '장롱 면허'로 있는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간호사 신규 면허 인력도 늘지 않았다. 그동안 간호대학 정원을 수요에 맞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도 간호사 면허 배출은 1만232명이었으나 올해도 1만1333명에 그쳤다. 국내 활동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병원협회는 현재 3만7000여 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간호사 부족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병원협회는 ▲일정 기간 경력을 쌓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승격시키는 방안 ▲중국·필리핀 등에서 간호사 수입 ▲'장롱 면허' 간호사를 병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파트 타임 간호사' 인정 ▲응급구조사를 간호 인력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0/20080610000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