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늘린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무더기 이동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경기도 중소 도시에 위치한 200병상 규모의 A병원. 신임 간호사가 구토나 위장장애에 쓰이는 젤 타입의 먹는 약물 '맥페란'을 주사기에 담아 환자의 혈관에 투여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얼마 뒤 환자는 토하고 열이 났다. 다행히 환자는 며칠 만에 회복이 됐지만 잘못 주사한 약물 용량이 많았다면 대형 의료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병원은 근래 들어 크고 작은 약물 투여 실수가 잇따르자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병원 일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간호사들을 병동 일선에서 관리 감독하는 중견 간호사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올해 초 이 병원의 중견 간호사 10명 중 3~4명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옮긴 바 있다. 현재 이 병원은 경력 간호사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과 중소병원, 간호사 못 구해 발 동동 인구 54만명인 경상남도 C시에 위치한 200병상 규모 B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간호사들이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원래 정상 근무는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지만 간호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이모 원장은 "지방의 대도시 간호사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겨가고, 그 빈 자리에 지방의 중소병원 간호사가 연쇄 이동했다"며 "남아 있는 간호사는 격무에 시달리고 환자들은 불편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올해 3~4년제 간호대학 출신 간호사 초임 연봉을 1600만~1800만원에서 2400만~2600만원으로 50% 이상 올려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방에서 간호사를 도저히 뽑을 수 없다는 것이 경영진의 말이다. 이 지역에서는 간호사 부족으로 병상 가동을 줄이거나 새 병상을 만들어 놓고도 운영을 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왜 간호사 부족 사태가 왔나 최근 2~3년간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병상을 대폭 증설하면서 대거 간호사를 채용하는 바람에 지방과 중소병원에 간호사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더 나아가서는 전국적으로 간호사가 수요에 비해 적게 배출돼 고령화 시대에 '간호 대란'이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652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여는 과정에서 지난해 경력 간호사 322명, 신임 간호사 230명 등 552명을 채용했다. 올해도 239명의 간호사를 새로 뽑았다. 서울아산병원은 772병상을 증축하면서 지난해 700여 명, 올해 400여 명 총 1100여명의 경력·신임 간호사를 채용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시립보라매병원 등도 대규모 병원을 새로 짓거나 병상을 늘리면서 간호사를 대거 뽑고 있다. 최근 2년간 서울에서만 최소 약 5000명의 신규 간호사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 경력 간호사와 지방대학 출신 간호사들이 주거 환경과 대우가 좋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대거 이동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0/2008061000089.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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