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35) 속썩이는 아이에게 화 어떻

鶴山 徐 仁 2008. 2. 23. 18:48

 

“이게 잘못… 이렇게 하렴” 대안 제시를

“참자, 참자 했는데 결국 버럭 화를 내고 말았어요.”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지만 그냥 참지요.”

“그렇게 행동하면 국물도 없다고 협박하곤 해요.”

“칭찬이 좋다는 것은 아는데 실제로는 야단만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해요.”

아이를 기르다 보면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뻔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 화가 나고, 약간만 노력하면 될 것을 하지 않아서 화가 나고, 게으르고 느린 행동에 화가 나고,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고, 퉁명스런 말대꾸에 화가 나고….

일일이 부모의 ‘화 목록’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이토록 화가 나지는 않을 텐데…. 부모의 속마음을 통 몰라주는 아이가 야속하고 그래서 더 화가 납니다.

아이는 칭찬과 격려, 지지를 먹고 자라야 한다는데 이렇게 화를 내도 괜찮은가 하며, 화낸 뒤에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행동인지 잘 모르겠다는 부모도 꽤 많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상황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갈등입니다. 갈등 상황에서 화가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갈등 상황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화가 날 수도 있고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대답을 말대꾸로 받아들이면 화가 나지만 자기 표현이라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기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화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갈등 상황에서 화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화를 선택했다고 꼭 바람직하지 않은 것만은 아닙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단 음식도 필요하지만 쓴 약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적절한 화는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부모의 화는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아이에게 쓴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화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표현은 일단 화를 폭발해 내고 보는 것입니다. 마음속의 분노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요.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 부모는 자신이 비록 화를 잘 낼지언정 뒤끝은 없는 사람이라는 말로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폭발하면서 할 말, 못할 말 다했는데 뒤끝이 있을 까닭이 없지요. 그 대신 아이는 깊은 상처와 심한 좌절을 경험합니다. 결과적으로 위축과 무기력, 우울행동을 보이곤 합니다. 너무 잦은 부모의 ‘화 폭발’은 부모의 화에 습관이 돼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아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소귀에 경 읽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분노 폭발형 다음으로 많은 ‘화 표현’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화를 참으려고만 하는 분노 인내형입니다. 아이의 웬만한 문제 행동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부모가 여기에 속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겉으로는 인내하지만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끓고 있는 ‘화 에너지’는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식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낸다는 속담처럼 만만한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엉뚱한 상황에서 생뚱맞게 화를 냅니다. 이럴 때 아이의 잘못된 행동과 부모의 화 사이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응석받이로 자라곤 합니다.

화를 참으려고만 하는 부모 중에는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는 않지만 “네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면 네가 원하는 것을 상으로 주려고 했는데….”라면서 아이를 약올리는 것으로 화를 표현하는 분도 있습니다. 상을 박탈당해서 약이 오른 아이는 부모를 은근하게 골탕 먹이는 방식으로 또 부모의 화를 돋우곤 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세상사에 냉소적인 아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가장 바람직하게 화를 내는 방법은 화를 표현하기는 하되 폭발하지는 않으면서 동시에 아이에게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입니다. 부모·자녀 사이에 갈등을 가져오는 문제 행동을 지적해 주고 그 문제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알려 줍니다. 문제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면서, 그 문제 행동 때문에 불편해진 부모의 심기까지 함께 전달하는 것입니다.

원자력을 파괴적인 원자폭탄으로 사용할 것인지, 건설적인 원자력 발전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에 대한 화 역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는 부모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기사일자 : 2008-01-29    17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