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로스쿨, 속 보이는 반항인가 참다 못한 저항인가

鶴山 徐 仁 2008. 2. 1. 20:51
청와대에 정면으로 '반기' 든 교육부
확인 못해준다던 잠정안, 청와대와 갈등 뒤 전격 발표
"청와대 요구대로 선정 대학 바뀌면 엄청난 혼란 초래"
  • 안석배 기자 / 정성진 기자
    •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선정을 놓고 교육부청와대에 반기를 든 것은 지난 5년간 노무현 정부의 평등주의 교육정책을 수행하는 '손발' 역할을 해온 교육부가 정책기조를 스스로 부정한 '일대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청와대 지침을 행정부처가 정면으로 거부한 것도 이례적이다.

      교육부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법학교육위원회 잠정안대로 가야 한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에 따라 일단 로스쿨 선정안 발표는 2월 4일로 연기됐으나 교육부는 31일 발표한 잠정안을 그대로 다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의 '대결'도 불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교육부, 왜 반기 드나

      31일
      교육부는 지난 5년간의 교육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청와대가 '지역균형'을 강조하며 로스쿨 선정내용을 재검토하도록 하자, 교육부는 이를 곧바로 되받아쳤다.

      교육부는 "법학교육위원회가 심의한 원안대로 가야 한다"며 "청와대 요구대로 새로 1~2개 대학을 추가로 선정하면 엄청난 혼란이 온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잘못하면 로스쿨 출범부터 삐걱거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 교육부가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잠정안을 발표하자 심사에서 탈락한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오전 청주대 교직원과 학생 500여명이 서울 광화문 열린 마당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교육부의 이 같은 태도변화는 노무현 정부의 '주문'에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안에서 교육부가 사라질 정도로 우리가 비판의 대상이 된 마당에 청와대의 무리한 요구를 따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평등주의 교육정책을 수행하면서 '지역균형' '교육형평성' '기회균등' 등을 강조해 왔다. 여론이 비등해도 '엘리트 위주의 교육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수능등급제 도입, 외국어고 설립 억제 방침,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 확대 중지, 내신 반영비율 확대 등이 다 그런 맥락에서 나왔으나 결국 대부분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와대 무엇을 노리나

      청와대가 교육부를 압박한 근거는 노무현 정부가 주장해온 '지역균형'이었다. 이를 마지막까지 관철시키려다 끝내 제동이 걸린 셈이다.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개 광역시·도 1개 학교 배정 원칙은 성문화(成文化)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정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로스쿨 예비대학에 경남 지역 대학이 빠진 것은 지형균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를 재검토하자는 것이 청와대의 취지"라고 말했다.

      로스쿨이 없는 전남의 경우 로스쿨을 신청한 곳이 없고, 충남·대전권은 생활권이 밀접해 선정된 충남대가 충분한 지역대표성을 갖는다고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출신 지역인 경남에 로스쿨이 인가되지 않는 것을 문제 삼고, 충남에 로스쿨이 선정되지 않은 점은 눈감은 것이다.
    • 하지만 총정원이 2000명으로 정해져 있는 마당에 지역별로 학교수를 늘리면 결국 학교별 정원이 줄어들어 '나눠먹기'식 배분이 돼버린다. 게다가 특정지역에만 로스쿨을 추가로 지정하자고 주장함으로써 공정성도 잃었다는 비판도 받게 됐다.

      ◆교육부 반기 엇갈린 평가

      이날 교육부가 청와대에 반기를 든 사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교육부가 모처럼 입바른 소리를 했다"고 평가했다. 법률에 의거해 진행된 로스쿨 선정과정에 청와대가 하루아침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의 부당함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노 정권 5년 내내 평등주의 교육정책에 대해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않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이 임박하자 갑작스런 변신을 하는 것은 속이 보이는 처신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묶어둔 것부터가 교육부가 결정한 사안인데, 그에 관해서는 아무런 해명 없이 넘어가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이날 사건은 교육부가 지난해 9월에 확정한 '로스쿨 설치 운영에 관한 시행령'이 화근이 됐다. 당초 교육부가 마련 중인 시행령에는 '지역균형'이란 단어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경북 김천 혁신도시 기공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어디에 법학대학원을 설치할 것이냐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1차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지역균형'이란 단어가 신설됐다.

      건국대 법대 김영철 학장은 "교육부가 자율과 경쟁이라는 로스쿨의 기본정신을 생각한다면 지역균형이라는 조항을 넣어서는 안 됐다"며 "교육부가 시행령을 만들 때부터 분명한 원칙만 정하면 되는데, 청와대에 밀려 이번 사태를 자초한 꼴"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01/20080201001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