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후진국 문화' 청산이 개혁이다

鶴山 徐 仁 2008. 1. 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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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 문화' 청산이 개혁이다                 

 


우리나라는 대도시의 지하철, 지방소도시까지 뻗어 있는 현대식 대형 할인점, 전국 어디를 가도 깨끗한 무료 공중 화장실을 보면 다른 어느 선진국가 못지않게 좋은 하드웨어를 가진 잘사는 나라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어디든 침을 뱉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새로 개통한 지하철 역이나 공항 바닥은 물론, 전국의 보도는 씹다 버린 껌으로 얼룩져 있고 국가 예산을 동원해서 시커멓게 달라붙은 끈끈이를 떼어내야만 한다. 운전 중 피운 담배꽁초를 자기 차의 재떨이에 버리는 사람도 보기가 어렵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튕겨 나온 담배꽁초를 포함해서 도시 전체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숱한 돈을 들여 건설한 하수구에 모여 때로 큰비에 빗물을 역류시켜 황당한 재해를 부른다. 담배꽁초는 가끔 산불도 일으켜 나라 살림에 짐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4위의 양주 수입국으로 스카치 위스키만도 2006년에 1300억원어치를 수입했다. 매일 밤 야간 유흥업소에서 벌어지는 접대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양주가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양주 소비국 대열에 오르게 한다고 생각하면 기가 찰 뿐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의 그린피나 식·음료 등 부대 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예약도 너무 어렵다 보니 부킹권까지 비싼 값에 거래된다. 특히 주말이면 힘 있는 사람들의 접대성 부킹이 줄을 이어, 골프를 하고 싶은 중산층은 할 수 없이 값싼 중국, 태국 등지로 원정을 간다. 매 주말 접대받는 골프 약속으로 꽉 찬 사람들이 누구인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역대 정권들은 걸핏하면 '골프 금지'를 시킨 적이 많지만 문제의 핵심인 '접대 골프' 문화는 제대로 없애지 못했다.

이런 것 말고도 우리가 청산해야 할 후진국적 문화는 너무도 많다. 초·중·고 교실은 물론 대학 강의실과 책상에도 낙서가 즐비하고 화장실에 앉으면 온 사방이 기괴한 글씨와 그림으로 가득하다. 내 이름 석 자가 뭐 그리 중요한지 즐겨 찾는 산하의 바위는 마구 새겨놓은 이름들로 어지럽다. 차량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에 못 이겨 수억 원 들여 확장해놓은 이면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버려 통행이 더 힘들어지고 화재 때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다. 시내 주요도로의 양 옆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차를 엉키게 하고 교통 지체를 유발한다. 한마디로 동맥 경화 현상이다.

휴대전화 예절, 공공장소에서의 아이들 무질서, 이웃을 무시하는 애완견 소음, 종교를 빙자한 고성방송, 보행을 가로막는 노점상 방치 등등…. 우리는 반복해서 늘 겪으면서도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건도 결국 후진국적 안전 문화의 결과다.

역대 정권들이 대부분 초기에 시퍼런 칼을 빼 들고 개혁을 외쳐댔지만 제대로 된 '국가 개혁'에 성공한 적이 없다. 그들의 개혁이란 것이 인적자원 청산이나 조직 개편, 공직비리 방지 같은 거창한 담론 주위만 맴돌았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질이 구성원인 국민들의 정신문화 수준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간과한 탓이다.

새 정부의 '국가 개혁'은 국민들의 생활 속에 아직도 팽배한 후진국적 문화의 청산에서 시작해야 한다. 후진국적 문화가 우리나라 총체적 부실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고 그것이 국가 예산의 누수로 이어지고 있음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 국가의 시스템을 선진화시킬 수 있는 제도·법령 등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개발과 의식 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참된 '개혁'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특히 비리로 직결될 수 있는 접대문화는 지금 당장 사라지게 해야 한다. 
                                                                      
                                                                                조진수·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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