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鶴山 徐 仁 2008. 1. 22. 21:42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 처럼 앵앵 대다가
          우리도 기약 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 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하고 해 뜰날 기다리며 살아 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풀잎 에 반짝이고
          서러운 것은 서러운 대로 댓잎 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산다는 것의 쓸쓸 함에 대하여
          누구 하나 내 고독 의 술잔 에
          눈물 한방울 채워 주지 않거늘
          텅 빈 술병 하나씩 들고
          허수아비가 되어
          가을 들판 에 우리 서 있나니
          인생, 그 쓸쓸 함에
          바라 볼수록 예쁜 꽃 처럼
          고개를 내밀고 그대는 나를 보는데

          인생, 그 무상 함에 대하여
          달빛 이 산천 을 휘 감고도 남은 은빛 줄로
          내 목을 칭칭 감고 있는데
          내 살아가는 동안
          매일 아침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 하거늘
          그래도 외로운거야 욕심 이겠지
          그런 외로움 도
          그런 쓸쓸 함도 없다는 건
          내 욕심 이겠지
          - Bo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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