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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育.學事 關係

작년 A대 합격생 수능 성적, 등급제로 적용해보니…

鶴山 徐 仁 2008. 1. 17. 22:29

18등→2등, 1등→4등 '들쭉날쭉'

작년 A대 합격생 수능 성적, 등급제로 적용해보니…
충남대 반재천 교수 "등급제 수능은 실력 아닌 운으로 평가받아"

정성진 기자

 

 

2008학년도에 처음 시행된 수능등급제가 학생들의 실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운(運)에 의해 등급이 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한데다, 전문가들까지 반대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수능등급제는 시행 1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충남대 교육학과 반재천 교수는 비수도권 지역의 A대 작년(2007학년도) 합격생 2660여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수능 성적을 갖고 2008학년도의 등급제 수능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조사, 분석했다. 작년에는 등급과 점수가 함께 나왔다는 점을 이용해, 점수제 수능과 등급제 수능의 차이를 파악한 것이다.

◆꼴등이 2등, 3등이 11등 되고…

이에 따르면 정원 18명인 A대학 B학과의 경우, 순위가 거의 모두 뒤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성적은 꼴찌인 18등인 학생에 대해 등급제를 적용하니 2등으로 올라갔다. 점수로는 10등인 학생도 등급제에선 5등으로 성적이 뛰었다. 반면 성적으로 3등인 학생은 등급제를 적용한 결과 11등으로, 1등인 학생은 4등으로 추락하는 결과가 나왔다. 수능 성적이 좋으면 등급도 좋아야 하지만, 결과는 뒤죽박죽이 된 셈이다.

이렇게 37개 학과를 조사한 결과, 점수로 따진 학생 순위와 등급제로 따진 순위가 대체로 일치하는 학과는 5개에 불과했다. 반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2007학년도 합격생의 상당수가 등급제 수능으로 입시제도를 바꾸면 불합격된다는 뜻"이라며 "반대로 2008학년도 입시에서 합격한 학생의 상당수도 만약 점수제로 치러졌다면 불합격했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점수제와 등급제의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은 상위권 학과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상위권은 점수제에서도 1~2점, 혹은 소수점으로 순위가 벌어지는데, 등급은 그런 차이를 없애고 동점자를 많이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 교수는 A대학의 자료에 다른 2개 대학의 입시 요강을 적용한 연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 교수는 "등급제 수능은 실력으로 평가받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점수·등급 불일치는 상위권 대학일수록 심해

이 같은 현상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비슷한 조사를 우리도 했었고 수능 비중을 완전히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등급제 수능으로 학생을 뽑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대가 1단계에서 수능으로만 정원의 2배수(자연계는 3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는 내신과 논술만으로 학생을 뽑는 단계별 전형을 도입한 것도 등급제 수능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교육평가학회의 회원들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85%가 반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수능의 영역·과목별 점수, 점수를 기준으로 하는 백분위 성적, 영역·과목별 등급이 성적표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성적과 등급 등 모든 정보가 학생과 대학에 제공돼 대학입시에 이용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