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일사일언] 대학입시, 정성 바쳐 준비하자

鶴山 徐 仁 2008. 1. 15. 20:47

박대재·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말씀 좀 묻겠습니더. 정경관이 어딥니꺼?" 늦은 저녁 연구실 앞 교정에서 중년의 남자가 길을 묻는다. 그 뒤에 아들로 보이는 학생이 여행용 가방을 들고 두리번거리며 서 있다. 아마 다음날 있을 논술시험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와 저녁 늦게라도 고사장을 미리 확인하러 온 것 같았다.

그 순간 문득 나도 20년 전 어머니를 따라 대학입시 전날 고사장을 미리 찾아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밤 어머니께선 잠자는 내 등에 몰래 부적 한 장을 붙이셨다. 혹시라도 내가 알면 부담 가질까봐 자는 사이 몰래 그러셨던 것이다. 대학입시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준비 점검하고 신경 써야 하는 의식(儀式)과도 같다. 또 하나의 성인식이나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치러야 할 중요한 통과의례가 된 것이다.

다음날 그 의식에 나도 참가했다. 논술시험 감독관인 내 눈에는 수험생들이 하나의 의식을 치르고 있는 사제(司祭)처럼 보였다. 혹시라도 동티날까 사소한 일에도 조심하며 상기된 얼굴로 손에 난 땀을 말려가며 자신들의 의식을 치러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의 부적은 혹시라도 의식이 부정 탈까봐 마련한 액막이였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학생들의 등 뒤로 눈이 옮겨졌다. '혹시 이 가운데도 어머니의 부적이 있을까?'

대학입시에 또 한번 큰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인다.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그러나 꽃을 옮겨 심으면 뿌리를 내리느라 꽃이 시드는 것처럼, 변화는 긴장감과 피곤함을 요구한다. 모쪼록 새로운 대학입시 입안자도 의식을 준비하는 또 한 사람의 사제처럼 치성(致誠)을 드려주길 바랄 뿐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14/20080114011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