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만물상] 공대(工大) 교수 된 의사

鶴山 徐 仁 2008. 1. 15. 20:44

이선민 논설위원

 

 

2006년 '제1호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경과학센터장 신희섭(58) 박사는 국내 최고 뇌(腦)과학자다.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미국 유학을 가면서 생물학(유전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신 박사는 돌연변이 쥐를 개발하는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유전자가 신경세포와 뇌신경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의학도 출신 자연과학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연구였다.


▶신 박사는 필요한 뇌과학 지식을 얻기 위해 미국에서 교육훈련 과정을 밟았다. 또 연구실 제자를 선진국 전문가에게 보내 배우게 했다. 간질병과 공포감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통증 억제 메커니즘을 규명한 그의 연구는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네이처·사이언스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국내 최고 과학상을 휩쓸었다. 학문 간 융합이 낳은 성과다.


▶오랫동안 철옹성 같았던 분과학문의 구분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는 않다. 서울대 제약학과 김성훈(50) 교수가 이끄는 단백질합성효소네트워크 연구단은 기존 연구 틀을 깨는 연구작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수학·물리학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러나 물리학자나 수학자가 생물학 연구를 하면 자리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자를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연구단은 필요한 인력을 자체적으로 훈련시켜야 했다.


▶안과 전문의인 서종모(37) 동국대 의대 교수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로 임용된다는 소식이 어제 신문에 실렸다. 서울대 공대 역사에서 의사가 교수로 부임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안과 수련을 받은 그는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안과 진료를 하는 한편 모교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시각장치를 연구해 왔다. 서 교수는 새 학기부터 정보전자공학·생명공학·의학이 융합된 바이오일렉트로닉스 연구와 강의를 맡는다.


▶서 교수는 고교 때 전자공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의대에 진학한 뒤에도 공학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 없어 대학원에서 '의공학(醫工學)'으로 박사를 받았다. 그는 "의학자는 공학을 모르고 공학자는 의학적 기반이 없어 서로 오해와 시행착오가 생긴다. 의학계와 공학계를 연결하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서로 다른 전문지식과 상상력이 만나는 융합과 컨버전스(Convergence)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시대다. 학과와 학문의 장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14/20080114011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