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體育. 演藝分野

연기고수들 제대로 ‘섰다!’

鶴山 徐 仁 2008. 1. 6. 12:23


[출처 :
조선닷컴TV]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줬던 극단적인 치밀함과 흡인력을 기대했다면, 당신은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이야기를 치밀하게 꿰맞추며, 범죄영화와 도박영화의 장르적 쾌락을 뿜어내는 ‘타짜’(28일 개봉)는, 최동훈 감독의 차가운 재능이 충무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덕목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체온을 올리기보다 두뇌의 자극을 선호하는 감독의 취향 덕에, 올해 추석 관객은 또 하나의 매력적인 패(牌)를 손에 쥐게 됐다.

 

우연히 끼게 된 섰다판에서 누나의 이혼 위자료까지 송두리째 날린 고니(조승우)는, 인생 막장에서 전설의 고수 평경장(백윤식)을 만난다. 마흔여덟 장 화투만 지니면 무서울 게 없는 전국 제일의 타짜다. 누나에게서 훔친 돈 다섯 배만 벌면 미련 없이 이 생활을 청산하겠다는 다짐으로 기술을 배우지만, 고니는 도박 설계사 정 마담(김혜수)의 알몸 유혹에 홀려 처음의 약속을 저버린다.

 

허영만 원작의 방대한 드라마를 2시간 30분(물론 이것도 짧은 러닝타임은 아니지만)에 압축한 탓인지, 영화의 전반부는 새로운 등장 인물을 소개하는 데만도 숨가쁘다. 불규칙한 호흡으로 전력질주하던 영화는, 손기술보다 입으로 하는 ‘구라’가 더 뛰어난 서민형 타짜 고광렬(유해진)이 등장하면서 불협화음을 끝내고 숨을 고른다. 고니의 원수였던 사기도박꾼 박무석(김상호)과 배후의 보스 박철용(김응수), 평경장의 적이었던 전라도 제일의 냉혹한 타짜 아귀(김윤석)와의 승부로 한발 한발 내달리면서, 영화의 후반부는 만화 원작을 본 관객의 손에도 땀이 배 나오게 만드는 긴박감을 불러일으킨다.

 

각각의 퍼즐 조각을 꿰맞춘 것은 감독의 재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탁월한 생동감으로 캐릭터에 에너지를 불어넣은 것은 배우의 힘이다. 어수룩한 어린 고니일 때는 일부 자기복제와 동어반복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타짜로 성장해가는 조승우의 연기에서 이 배우가 연기에서도 타짜로 불릴 수 있는 재목임을 재삼 확인한다.

 

원작에서보다 한층 더 강화된 비중으로 설정된 정 마담 역의 김혜수는 팜므 파탈(매력적인 악녀) 역을 맡아 그녀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영화의 고비마다 능청과 수다로 무장을 해제시키는 유해진의 넉살은 그가 이미 충무로에서 대체 불가능한 개성으로 자리잡았음을 당당하게 입증한다. 술집 마담을 동네 3류 극장으로 꼬셔 낸 뒤 어두컴컴한 뒷좌석에서 키스에 이르는 그의 연기는 영화 속 대사처럼 거의 ‘아트’ 수준이다. 사기계의 전설 김 선생 역으로 ‘범죄의 재구성’이 사실상 자신의 영화임을 선언했던 백윤식 역시, 이 분야 연기야말로 자신이 독보적임을 특유의 화법과 표정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타짜’의 후반부가 보여주는 마지막 긴박감과 흡인력은, 누구보다 아귀 역 김윤석의 몫이다.

“상상력이 많으면 인생이 고달파져”라며 상대방을 을러대는 발성과 대사처리법은 물론, 서로의 팔목을 놓고 벌이는 마지막 한판 승부에서의 압도적 존재감은 ‘전율’의 사전적 의미를 체험하게 해 준다. 대학로를 즐겨 찾지 않는 요즘의 젊은 관객들에게, 영화 ‘타짜’는 연극배우 출신 김윤석의 재능을 기억할 작품으로도 기록될 것이다.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 관련기사 : http://www.chosun.com/culture/news/200609/2006092000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