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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지난 금요일 저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키워드 참조〉을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로 은행들이 비상시 대량의 단기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더 낮은 금리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돼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또 FRB가 이번 조치에 그치지 않고 조만간 정책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만약 금리를 인하한다면 4년 만에 처음이다.
◆금리 인하 조치 뒤따라야
‘재할인율 0.5%포인트 인하’ 소식에 미국과 유럽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외신들은 “0.5%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었다” “힘든 한 주를 보낸 월가(街)의 투자은행 직원들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선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금융계에선 “재할인율 인하 자체의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직접 가서 재할인 자금을 빌리는 일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금시장에서 돈을 도저히 융통할 데가 없는 비상 상황에나 중앙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게 된다. 더구나 요즘처럼 가뜩이나 ‘신용 불안’ 때문에 난리인 시기에 중앙은행에 가서 돈을 빌릴 경우 신용도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결국 재할인율 인하는 실제 효과보다는 심리적 효과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도이치방크의 오웬 피트패트릭 애널리스트는 “FRB의 결정이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는 있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치지는 못한다”면서 “서브프라임으로 대변되는 신용 시장의 도전은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은 재할인율 인하 조치를, 지난 1년간 미국 투자가들이 고대해 온 정책 금리(연방기금금리) 인하의 전주곡(前奏曲)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02년 이후 FRB는 정책 금리를 재할인율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해 왔다. 따라서 이번 재할인율 인하에 이어 FRB가 조만간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FRB가 17일 회의록을 통해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해석을 부추기고 있다.
비상시 금리라고 할 수 있는 재할인율과 달리, 정책금리는 평상시 은행 간 단기 금리(콜금리)부터 시작해 예금 금리와 각종 대출 금리 등 금융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정책금리의 변화는 금융시장의 유동성부터 물가와 환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고, 결국 실물 경제의 분위기마저 뒤바꿔 놓는다.
그만큼 정책금리의 인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금리를 인하하면 이번 사태를 촉발한 부주의한 금융기관들을 결과적으로 돕는 것이 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이번에 금리 인하 대신 재할인율 인하라는 절충적인 조치를 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일 FRB의 금리 인하가 뒤따르지 않으면 재할인율 인하에 따른 금융시장의 분위기 반전은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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