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고정관념 안 깨면 손가락만 빤다

鶴山 徐 仁 2007. 7. 25. 23:09
한국 증시 뉴밀레니엄 시대로… 이젠 안통하는 증시 俗說

유가·금리 오르면 주가는 빠진다? ☞경기호황 증거→주가 상승
환율 떨어지면 주가 떨어진다? ☞수출 경쟁력 강화로 극복
미국 증시가 한국 증시 가늠자? ☞요즘은 美가 아시아 따라가

  • 전수용 기자 jsy@chosun.com
    입력 : 2007.07.24 23:06 / 수정 : 2007.07.24 23:08
    • “객장에 아주머니(초보자)도 나타나고, 신문 1면에 주식시장 관련 기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증권사 직원이 최고 사윗감으로 꼽혔습니다. 주가가 꼭지를 쳤을 때 나타난다는 징후는 거의 다 나온 상태입니다.”

      외국계 A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여러 속설(俗說)로 볼 때 주가가 꼭지인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주가가 1700에서 1800을 향해 가던 지난 6월 말이었다.

      그러나 그후에도 주가는 200포인트 넘게 올라 24일에는 마침내 ‘꿈의 지수’로 여겨지던 2000선을 장중에 넘어섰다.

      끝 없이 증시로 밀려드는 자금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그 동안 한국 증시를 지배했던 모든 ‘상식’이 깨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일부에서는 한국 증시가 그만큼 예측 불가능한 위험지대에 선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아주머니가 객장에 등장했건만

      ‘객장에 아줌마부대가 뜨면 꼭지’라는 증시 격언은 과거엔 여러 차례 들어맞았다. ‘소 팔고 논 판 돈’이 증시에 몰렸던 1980년대 말과 아줌마부대들이 이름도 생소한 신생 IT 기업에 돈 보따리를 들고 찾아갔던 1999년 IT 버블 이후 주가가 폭락한 것.

      올 초 주가가 1400~1500선으로 오른 뒤 ‘아줌마부대’가 증권사 객장에 등장하자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 “올 것이 왔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 그러나 주가는 그 뒤에도 500포인트가 더 올랐다.

      ◆증권맨들이 최고의 사윗감 후보에 올랐건만

      ‘증권사 직원 몸값이 최고라는 보도가 나오면 하락한다’거나 ‘신문과 9시 뉴스에 증시 활황이라는 보도가 나오면 끝물이다’는 말도 많이 회자된다. 그 동안 이런 경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고 빠지곤 해서 적중률이 높았던 속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증시 활황으로 한 달에 1억원 가까운 상여금을 받는 증권사 직원이 등장하고 결혼 정보회사 VIP 고객 사이에서 판·검사 인기를 제쳤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보도가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 ◆미국 증시 흔드는 한국 증시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 증시가 날아간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나 요즘 미국 증시에선 새로운 격언(格言)이 생겼다. ‘한국 증시를 보면 미국 증시가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CNBC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세계 증시 모멘텀(상승 동력)을 창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한국이 세계 전체에서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면서 다른 나라 증시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팔아도 삼성전자가 빠져도

      ‘외국인이 팔면 주가가 빠진다’는 속설도 깨졌다. 코스피지수가 1700을 돌파했던 지난 5월 31일 이후 외국인은 5조 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매도에서 매수를 뺀 것)했다. 하지만 주가는 두 달도 안돼 300포인트 올랐다.

      ‘삼성전자를 보면 한국 증시가 보인다’는 속설도 옛말이 됐다. 올 들어 삼성전자는 7.3% 오르는 데 그쳤지만 코스피지수는 38.9% 급등했다. 조선, 기계, 중공업 등 이른바 굴뚝산업 주식들이 선전(善戰)한 덕이다.

      ◆유가도 상승하고 환율도 하락하건만

      최근 주가 상승으로 경제이론도 바꿔야 할 판이다.

      보통 유가 상승은 원유 수입국인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증시는 꿈쩍 않는다. 이에 대해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상승 덕에 산유국들이 오일머니로 대대적인 설비 투자에 나선 것이 전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가에 가장 큰 적이라는 금리도 전 세계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요즘 투자자들은 이를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악재를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했지만 그날 주가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 이상 급등했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최근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수출주가 많은 한국 증시에는 악재 중의 악재지만 주가는 계속 올랐다.

      이처럼 한국 증시에서 속설과 경제이론들이 일제히 깨지는 것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폭락장의 전조(前兆)인지는 시간에 의해 판명될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7/24/20070724012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