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부산의 자존심으로 우뚝선 금샘

鶴山 徐 仁 2007. 7. 21. 17:08
▲ 부처님의 엄지 손가락, 금샘바위다.
ⓒ 정근영
금정산은 부산의 지붕이다. 부산사람들은 금정산이란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가는 형제다. 금정산의 그 큰 그늘은 부산을 다 덮는다. 부산 사람이라면 그가 사는 마을이 어디에 있든 금정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부산사람들은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한 금정산 기슭에 삶터를 꾸리고 살아간다.

금정산에는 범어사라는 절이 있다. 범어는 범천의 고기를 일컫는다. 범천, 수많은 하늘나라 가운데서 가장 맑고 향기로운 하늘나라인가 보다. 그 범천에서 맑은 물고기가 오색 무지개를 타고 금정산 금샘으로 내려온다. 황금빛 찬란한 샘터다. 그 금샘에 범천의 물고기 곧 범어가 살고 있다.

범어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여기서 범어사라의 유래를 살펴보았다.

'범어사'라는 절 이름의 유래를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금정산은 동래현의 북쪽 20리에 있다. 금정산 산마루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그 둘레는 10여 척이며 깊이는 7촌쯤 된다. 물이 항상 가득 차 있어서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그 빛은 황금색이다.

세상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한 마리의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샘(金井)'이라는 산 이름과 '하늘나라의 고기(梵魚)'라고 하는 절 이름을 지었다."


▲ 범어사 계곡 암괴, 시원한 숲그늘, 암괴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 정근영

▲ 금정산성 북문. 금정산의 중심부에 서 있다.
ⓒ 정근영

▲ 몇해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이 었던 북문 광장이 습지로 복원이 되었다.
ⓒ 정근영
금샘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그 둘레가 10여 척이라고 하는데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3m 정도, 깊이는 7촌이라고 하는데 미터법으로는 21cm 정도다. 그러나 금정산 현장에서 보는 금샘은 이 보다 훨씬 작다. 물은 더럽기만 하고 범어가 헤엄치는 건 돋보기를 끼고서도 볼 수가 없다. 황금빛으로 빛나지도 않는다.

일부 재야 사학자들은 신라, 고구려, 백제는 한반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중국 대륙에 있었다고 강변한다. 일본제국에서 한국을 식민지도 만들고는 전해 내려오던 역사책을 모두 불태우고 한국의 역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금정산은 중국 대륙 어딘가에 있고 부산에 있는 이 금정산은 진짜가 아니라 일본침략자들이 거짓으로 지어낸 것이라고 하지 않을까.

▲ 금샘을 찾아가는 길에 숲속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 정근영

▲ 범어사 계곡 돌길, 낭만이 있어 운치가 있다.
ⓒ 정근영

▲ 금샘이 가까웠구나. 로프에 몸무게를 매달고
ⓒ 정근영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옛날 사람들의 높은 상상력이 이런 전설을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싶다. 비단 금정산뿐만이 아니라 전설의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실물은 전설의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 대부분이지 않는가.

사실 오랫동안 금샘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샘은 부산 시민에겐 비밀에 붙여져 있었다. 범어사 스님들이 금샘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밀로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때 귀동냥으로 들은 금샘의 위치를 더듬으며 고생 꽤 해서 금샘을 찾아갔다.

그런데 지금은 금샘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아주 많다. 이제 금샘은 금정산 기슭 숲속에서 묻혀 있는 보물이 아니라 유명한 관광자원이 되었다. 예쁜 이름표를 달고 손짓을 하고 있다.

▲ 금정산 산길에 흐르는 낭만, 정말 멋있는 산길이다.
ⓒ 정근영

ⓒ 정근영
하늘은 곧 빗방울을 쏟아 내릴 것 같다. 일기예보는 장마로 접어들었다고 하니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하늘을 덮은 구름은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가 되었다. 한낮이 가까워 옴에 따라 구름이 걷히고 더위가 엄습하여 등산길에 숨을 헐떡여야 했지만 그런대로 등산 날씨 치고는 무척 좋았다.

범어사 암괴, 너럭바위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숲 그늘이 하늘을 덮어 시원한 바람이 인다. 범어사 암괴는 여름 한 철 피서지로는 '딱'이지 싶다. 부산은 유명한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어 바다로 유명하지만 금정산 범어사 암괴, 푸른 숲 역시 해운대 해수욕장 못지 않는 좋은 피서지가 되고 있다.

땅방울을 쏟아내며 북문을 지나서 고당봉 쪽으로 향한다. 북문 광장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놀이터였던 마당이 습지로 이제 복원이 되고 있다. 우물터에 이르니 금샘 가는 이정표가 선명하다. 전에는 고당봉으로 해서 금샘을 갔는데 이정표를 따라가니 금새 금샘이다.

금샘바위, 우뚝 선 바위가 거인의 엄지손가락 같다. 금샘은 엄지손가락에 박힌 손톱이다. 이제 금샘은 저 이정표를 따라 수많은 손님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금정산 기슭에 우뚝 선 금샘바위는 이제 부산의 자존심으로 우뚝 섰다.

▲ 금샘의 그림자
ⓒ 정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