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과학반 어린이들이 식물에서 추출한 화장수(化粧水)로 과학전람회 최고상도 차지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벤처 사업가’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발명품을 사업화하는 일은 있으나 초등생 발명가들의 벤처기업은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충북 충주 목행초등학교 박병찬 교사와 과학탐구반 학생들은 늪에서 자라는 줄풀에서 천연 화장수를 뽑아내 지난달 30일 충북 과학전람회에 출품한 끝에 지난 8일 농수산 부문에서 초·중·고교 통합 1등상을 받았다.
- ▲충주 목행초등학교 권영정 교장(오른쪽 뒤)과 과학탐구반 학생들. 늪에서 자라는 줄풀에서 천연 화장수를 추출, 충북 과학전람회서 1등상을 수상했다. 권 교장은“학생들과 화장수의 상용화를 위한 벤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목행초등학교 제공
- 이 학교 권영정(權寧定·62) 교장은 “이 화장수를 학부모들과 전국의 교장선생님들에게 시범적으로 나눠드렸더니 햇빛에 상한 피부나 가려움증에 효과를 봤다며 더 달라고 하는 등 효과를 확인했다”며 “오는 8월 말 정년퇴임 후 과학반 학생 6명과 부모님들의 힘을 합해 실용화를 위한 벤처기업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학반 벤처의 꿈은 2002년 권 교장이 사재 1억원을 들여 학교 부근 600평 논에 생태 체험 학습장인 ‘곤평늪’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2005년 조선일보환경대상을 수상했고 충북 교육청으로부터 과학 체험 학습장으로도 지정받은 곤평늪에는 부들, 줄풀, 창포, 두꺼비 등 150여종의 생물이 서식함으로써 자연 탐구를 하려는 어린이들의 보물 창고가 됐다.
2005년엔 과학반 학생들이 곤평늪의 부들에서 뽑은 물질로 염증을 가라앉혀 주는 ‘소염밴드’를 만들어 전국학생과학발명품대회에서 1등상을 받는 등 곤평늪의 생물 연구가 전국 과학발표대회들을 휩쓸었다.
이번에 만들어낸 화장수 역시 곤평늪에서 자라난 줄풀에서 뽑아낸 것이다. 권 교장은 “늪의 다른 식물과 달리 줄풀에는 벌레가 붙지 않고 물고기가 주변에 많이 사는 것을 보고 이 풀에 몸에 좋은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연구를 해보라고 말했다”고 했다. 과학반 학생들은 1년간 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줄풀의 생태와 효과를 찾아냈고, 실험을 거듭한 끝에 약탕기로 줄풀 추출물에서 화장수를 뽑아냈다. 이 화장수엔 ‘설로수(雪露水)’라는 이름을 붙였다.
권 교장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줄풀을 먹어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며 안전성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설로수를 사업화하자고 제안해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꼭 우리 과학반 아이들, 과학반을 지원해준 학부모님들과 벤처를 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과학반 벤처,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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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충주 목행초등학교 과학탐구반 학생들이 곤평늪에서 자라는 줄풀 추출물로 천연 화장수 설로수를 만드는 과정. 연구결과는 충북 과학전람회서 1등상을 받았다. 권 교장은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벤처를 만들어 설로수 상용화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목행초 제공=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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