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응용생명공학부 이상경 교수는 17일 “뇌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단백질에 치료용 유전자를 붙인 뒤 혈관주사를 통해 뇌세포에 직접 전달, 쥐의 뇌염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와 하버드대 의대 프렘레타 샹카(Shankar)·만주나스 스와비(Swammy) 교수팀이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지 인터넷판 17일(미국시각)자에 발표됐다. 삼천리제약 정경은 이사·김문희 상무도 논문의 공동저자로 등재됐다.
연구진은 광견병 바이러스가 뇌세포에 직접 감염되는 것에 착안, 바이러스에서 뇌세포와 결합하는 단백질 부분을 떼어냈다. 여기에 치료용 유전자인 간섭 RNA(siRNA)를 붙였다. 일본뇌염에 감염된 쥐의 혈관에 바이러스 단백질-RNA 복합체를 주사하자 80% 정도가 살아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사를 맞지 않은 쥐들은 모두 죽었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 단백질이 뇌세포와 결합하면 간섭 RNA가 뇌세포 안으로 침투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작동을 막았다”며 “뇌질환 치료용 유전물질을 혈관에서 뇌로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처지는 “신경질환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높이 평가하며 정식출판 전에 미리 인터넷에 논문을 공개했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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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 RNA(siRNA·single interfering RNA)
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복제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크기가 작은 RNA인 siRNA가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가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이 같은 RNA 간섭현상을 밝힌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과학자들은 간섭 RNA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해 각종 유전병과 암, 바이러스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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