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삶은 길들여 지는 것이다.

鶴山 徐 仁 2007. 3. 18. 10:53
삶은 길들여 지는 것이다. / 고 은영







타인의 둥지를 터부시하고
자신의 둥지에만 들어앉아서
날이면 날마다 연약한 부리로
자신의 둥지를 닦아내었지.



먼동이 트는 새벽녘에는

희망의 영혼으로 가는 꿈을 꾸었고

미래는 참으로 영롱한 이슬처럼

싱그러웠어



숲 속의 새벽은 들풀로도

배부른 아침으로 와서

중천에 햇살 한 모금만 마셔도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시간이 가고 세월이 익는 동안

인고의 아픔도 아랑곳없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참혹한 겨울 동면에

사랑은 가시가 돋고 병이 들었어



그렇게 사는 동안

행복을 더듬는

기억의 더듬이를 잃어 버렸고

비상을 꿈꾸던 날개

서녘 어디쯤 표피가 헐고

황혼의 전조에

슬픔이 쌓이기 시작했지



숲의 바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바람이 가는 행선지는 어디쯤인지

사랑이 떠나가는 거리엔

언제나 바람이 일었지



삶이란 결코 특별하지도

찬란하지도 않으며 지극히 평범한

거스를 수 없는 시간 속에

조금씩 길들여 진다는

사실 하나 확실하게 깨달았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