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두에 정박중인 해군 고속정 |
■ 모항(母港)이 주는 의미
함정생활을 하는 해군장병들에게 모항은 일반사람들이 고향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보다도 더욱 짙은 의미를 갖습니다. 장기간 바다에서 생활해야 하는 해군장병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여건이 구비되어 있는 육지를 떠나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망망대해에서,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파도와 음식과 외로움과 싸워야 하고, 항상 똑같은 승조원들과의 변화없는 생활의 연속에서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공동생활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바다에서 생활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바다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 즉, 상선선원(商船船員)과 어부(漁夫), 해군장병(海軍將兵)들이 파도와 갈매기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드넓은 바다 위에서 장기간 생활하다가, 임무를 마치고 귀항할 때 수평선 너머로 작은 점처럼 조그맣게 다가오는 육지의 산봉우리를 보면서 이제 곧 다가올 상륙(上陸)의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는 기분을 잘 모를 것입니다. 또한 캄캄한 바다 위에 어선의 등화(燈火)밖에 보이지 않는 야간에 가까이 다가오는 항구의 불빛이 모항의 불빛일 때에 느끼는 감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많은 날들을 바다 위에서 보내다가 임무를 마치고 항구로 미끄러져 들어올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뿐이다. 입항 며칠 전부터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흥분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저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너도 나도 물빨래를 하고, 목욕을 한다 법석을 떨어대다가 입항 전날 밤이 되어서야 그것이 육지를 밟게 된다는 야릇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마치 소풍을 하루 앞둔 초등학생이 어머니가 준비하는 소풍가방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방안에 누워 듣는 것처럼 가슴은 설레이고, 요란한 스크류(screw)소리도 그저 정답게만 들려온다. 이등병에서부터 함장인 나 자신까지 모두가 다를 게 없이 느끼는 이 입항 전야의 설레임! 출동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먼 바다로부터 육지를 향해 그리움만큼이나 빠르게 돌진해 가다 보면 하나 둘 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사이로 왕래하는 어선이나 상선들에게서는 진하디 진한 문명의 향취가 묻어 나오기 시작한다. 즐비하게 늘어선 섬숲의 장관을 바라보면서, 특히 겨울이라면 점점 따뜻해져가는 육지의 훈풍을 콧김으로 느끼면서 하나하나의 섬들 사이로 항해해 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는 넓은 어깨를 떠억하니 벌리고 있는 육지가 드러난다. (중략) 그립던 곳으로의 상륙, 배가 완전히 부두에 묶여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뒷정리를 끝내고 나면 대원들은 하나 둘씩 배를 빠져나가 오래간만에 상륙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 <출저 : 오건석『바다는 기러기를 붙잡아 두지 않는다』(서울:천지서관, 1993, pp.16-17>
이 글에서 표현되듯이, 해군 장병들에게 있어 모항의 의미는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단순한 항구로서의 이미지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 해군과 모항(母港)
해군에 있어서 모항은 곧 해군기지(base)를이며, 이러한 기지느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해군기지는 해상, 해중세력 및 항공기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C4I 체계를 갖추고, 해군력의 전개(展開), 집중(集中), 분산(分散) 및 이동(移動)등 작전에 유리한 조건을 구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 항공기 및 수상함, 잠수함 등 모든 기습공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태풍, 해일 등의 악천후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알맞은 자연조건과 지형조건을 구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군기지는 모항에 귀항한 함정에 대하여 가능한 모든 종류의 물자의 재보급과 함정장비의 수리기능을 갖추고, 장기간 함정이 출동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능력을 유지ㆍ향상시켜줍니다. 함정 승조 장병들의 경우, 장기간의 출동임무 종료 후에 갖는 가족과의 상봉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함정이 모항에 입항한 첫날 가족이 있는 영외 거주자가 당직근무에 편성되어 있을 때에는 가족이 없는 동료가 대신 교대하여 그 동안 떨어져 생활해 왔던 가족들과의 즐거운 상봉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모항에 입항하면 해상에서의 출동기간 동안 돌보지 못한 개인 건강을 돌보기 위한 시간도 주어집니다. 건강검진과 체육 활동, 사기 재충전을 위한 상륙 및 휴가, 승조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회식 등의 시간도 마련됩니다. 아울러 차기 작전에 대비하여 개인이나 집단별로 각종 교육에 참가하고 함 전비태세를 측정하는 검열이나 재박훈련(在泊訓練)도 받게 됩니다. 해군 장병들에게 있어 제2의 고향은 ‘경상남도 진해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해시에는 해군장병으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해군사관학교와 교육사령부 등의 교육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해군 장병들은 장기간 외지(外地)에 있다가 진해시로 진입하는 순간, 고향에 온 느낌을 받는답니다. 해군은 지금 선진대양해군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에 따라 적제적소에 해군기지 건설과, 기존 시설에 대한 현대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얼마간의 세월이 지나면, 해군 기지문화도 함정이 배치되는 지역 특성에 따라 변모하고 새롭게 형성될 것이라 생각되어집니다.
|